대만 야후 등에 19일 게재된 'NOWnews' 는 지난 19일 미국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 결과를 전하며 "2회 초 '고려봉자(高麗棒子)' 추신수가 3점 홈런을 쳐 냈다"고 보도했다.
'고려봉자'는 중국식으로 읽으면 '가오리방쯔'로,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어원은 분명치 않으나 일본이 만주를 거쳐 중국을 본격적으로 침략하던 시기, 몽둥이를 들고 설치면서 중국인을 괴롭혔던 '일제의 앞잡이' 한국인을 가리킨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밖에 수·당군을 무찌른 '고구려 몽둥이 부대'라는 설도 있지만, 중국 내 거주하는 조선족 동포들까지 이 단어를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날 추신수는 대만 출신의 투수 왕첸민(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작렬시켰다. 왕첸민은 2000년 양키스에 입단해 2006년 아메리칸 리그 다승 1위를 기록하는 등 대만이 자랑하는 국보급 투수다. '고려봉자'가 말 그대로 '한국 방망이(타자)'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누리꾼들은 추신수가 왕첸민을 상대로 홈런을 쳐내는 굴욕을 선사해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봤다.
누리꾼들은 "고려봉자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짱X'나 'X발이' 같은 비하어인데, 이런 표현이 블로그도 댓글도 아닌 뉴스 본문에 나온 것은 엄연한 문제"라며 "우리 식으로 말하면 '추신수가 '섬 짱X' 왕첸민을 상대로 홈런을 쳐냈다'고 쓴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은 "예전에 대만에서 한국 팀이 경기할 때 관중들이 '성형, 개고기, 더러운 한국' 등등의 피켓을 들고 자국 팀을 응원했고 그 장면이 중계방송을 통해 그대로 나갔다"며 대만 야구팬들 사이의 지나친 '반한 감정'을 원인으로 들기도 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