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 감독처럼 “요즘 선수들은 약해 빠졌다”하고 몰아붙이는 스타일도 있지만 전부가 그런 카리스마를 갖긴 힘들다.
특히 신세대들에겐 그렇다. 기술적 교습보다 멘털 카운슬러가 돼야 움직인다. 지옥훈련보다 선수의 의지를 자극해야 효과적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두드러진 2가지 재생 성공 케이스 역시 그렇다.
●KIA 최희섭이 황병일 타격코치를 만났을 때
KIA 최희섭은 황병일 코치를 사석에서 “아버지”라 부른다. 야구 고민부터 사생활까지 속내를 털어놓는다. 황 코치는 최희섭과 만난 이후 단 한번도 야단친 적이 없다.
“희섭이는 사슴처럼 순하기에 상처를 주면 더 안 되는 성향”이라는 것이 터득한 결과다.
황 코치의 밀착 조련 하에 최희섭은 작년 12월 포항 특훈 이래 17kg을 뺐다. 그 기간 모텔에 묵었다. 딱 하루만 빼고 매일 훈련을 했다. 황 코치는 솔직히 이야기했다. “솔직히 메이저리그에서 네가 한 팀에 오래 정착했느냐? 여기 와서도 쫓겨나지 않는 용병이지 않느냐?” 그것이 자극이 됐다.
포항 특훈이 끝난 뒤 해외 전훈까지 자율을 줬는데 혼자서 훈련 스케줄을 짰다. “워낙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나는 조금만 도와주면 되겠다고 느꼈다.” 지난해 최희섭의 나약한 근성 탓에 노심초사하던 조범현 감독의 시선도 달라졌다. 연습배팅 중 “희섭이 치는 것 좀 보라”고 기자들 앞에서 ‘자랑’할 정도다.
○롯데 이정민이 아로요 투수코치를 만났을 때
롯데 이정민은 지난해 상무에서 제대했다. 선한 인상만 보고 아로요 코치는 “떨지 않고 던질 수 있겠느냐” 하나만 물었다. 가르침은 간단했다. “마운드에서 포수 미트까지 마음의 라인을 그리고 거기에 공을 얹는다는 느낌으로 던지라”고 했다. 상황이 어떻든, 타자가 누구든 그것만 생각하라고 했다.
팔꿈치 수술 후 처음엔 전훈 참가, 그 다음엔 1군 엔트리가 목표였던 이정민은 어느새 개막 셋업맨으로 확정됐다. 최향남의 이탈도 행운이었다. 개막전부터 운이 따랐고, 1구 투구 승리, 3중살 등 횡재가 줄을 이었다. 6경기 9이닝 방어율 0. 언젠간 맞으리라 여기지만 던질수록 자신감이 붙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이승엽의 56호 피홈런 투수란 과거를 딛고 롯데 불펜의 에이스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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