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후인정, 레프트로
팀 조직개편 ‘강 스파이크’
“마음대로 해보라고 잔칫상을 차려줘도 제대로 못하더라고요.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쏟아내는 것도 여전하고….”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54·사진)의 넋두리다. 그는 2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서 삼성화재에 무릎을 꿇은 데 대해 “사령탑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자는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선수 역시 정신무장을 새로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은 대대적인 팀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가장 큰 변화는 ‘팀의 야전사령관’인 주전 세터 교체. 국가대표팀 세터인 권영민 대신 백업 요원 송병일을 주전으로 기용하기로 했다. 권영민은 섬세한 토스가 강점이지만 상대 코트의 움직임을 읽는 능력이 떨어진다. 송병일은 투지가 좋고 강 서브와 공격력까지 갖춘 파이터. 송병일은 “오른 발목 인대 부상을 당했는데 수술 대신 재활을 해서라도 코트에 서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공격수의 역할도 달라진다. 주포 박철우는 삼성화재 이외의 팀 경기에 주로 기용된다. 박철우는 삼성화재를 만나면 기복이 심한 플레이로 분위기를 끊었다는 게 김 감독의 판단이다. 라이트 공격수 후인정은 레프트로 기용해 이동 공격 전담 요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외국인 선수 교체도 고려 중이다. 김 감독은 “존 앤더슨은 나날이 기량이 좋아지고 있지만 임기응변 능력이 떨어지고 내성적인 성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포를 날릴 수 있는 레프트 공격수가 필요하다는 것. 김 감독은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고 있는 키 200cm의 브라질 선수 등 2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철호’가 2009∼2010시즌 우승을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