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그는 고개부터 내저었다. “훈련 때 그렇게 쳤다고 경기 때도 치면 벌써 몇 천 개는 쳤겠죠.” 그래도 하루 빨리 기록을 달성하고픈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일 터.
그 때 옆에 있던 후배 박석민이 끼어들었다. “선배님, 오늘은 안 됩니다.” 의아한 양준혁이 이유를 묻자 돌아온 박석민의 대답. “중계가 없지 않습니까. 이런 날 치시면 안 됩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날 열린 네 경기 중 TV로 중계된 건 문학 롯데-SK전 뿐. 양준혁이 잠실에서 통산 341호포를 쏘아올려도 그 기념비적인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할 길이 없다. 결국 중계권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양준혁도 기록 달성을 미뤄야 하는 걸까. 어쨌든 박석민은 굳은 표정으로 다시 한번 강조했다. “꼭 중계할 때 치셔야 합니다”라고.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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