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이 최준석을 춤추게 했다

  • 입력 2009년 4월 23일 08시 00분


지난 2월,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두산 김경문 감독은 땀을 뻘뻘 흘리며 펑고를 받고 있는 최준석에게 “잘 하고 있어, 그래 좋아”라며 큰 목소리로 힘을 줬다. 김 감독은 평소 그라운드에서 어느 특정 선수를 대 놓고 칭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김 감독에게 ‘웬 일이냐’고 묻자, “선수마다 성향이 다 다른데, 준석이는 질책보다 칭찬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성격”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올해 준석이가 일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 말대로 요즘 ‘제대로 일을 내고 있는’ 최준석이다. 21일까지 홈런 단독 1위, 타격·타점·출루율 2위, 최다안타 3위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에 랭크돼 있는 그의 성적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

올해로 프로 9년생, 스물여섯살인 최준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힘만 쓸 줄 아는 ‘공갈포’였지만 이번 시즌 들어 변화구 공략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정확한 거포’로 변신했고, 그 뒤에는 선수의 개별 성격까지 감안해 세심한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김경문 감독의 ‘최준석 키우기’가 있었다.

김 감독은 22일 광주 KIA전에 앞서 “지난 스프링캠프 때 준석이가 어떻게 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고 했다. 무릎 수술로 제대로 겨울을 나지 못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 오프 시즌에선 어느 누구보다 충실하게 캠프를 소화했고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확신이 들더라는 말이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최근 최준석에 쏟아지고 있는 언론의 관심을 떠올리며 “너무 띄우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곁들였다. 너무 오랜 시간, 음지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낸 최준석이 갑작스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담긴 말이었다. 김 감독은 “준석이가 덩치는 산만해도 마음이 여리다. 혼을 내기 보다 칭찬을 해주는 것도 그래서다. 준석이는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 하는 스타일”이라면서 “자칫 잘못하면 우쭐할지도 모르니까 너무 띄우지 말아달라”고 재차 덧붙였다. 김경문 감독의 ‘최준석 키우기’는 이처럼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광주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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