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우리끼리만 通하자” 기상천외 작전지시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프로농구 삼성 안준호 감독은 KCC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쉴 새 없이 선수들에게 수신호를 보낸다. 주먹을 쥐거나 머리 위에서 손바닥을 흔들고 검지를 높게 펴기도 한다. 경기 상황에 맞춘 전술 패턴을 전달하는 것이다. 응원 열기로 체육관 소음은 공항 활주로 수준에 맞먹다 보니 말로 작전을 지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허재 KCC 감독은 안 감독보다는 동작이 적다. 자연스럽게 경기 흐름을 지켜보다 결정적인 대목에서 시그널을 보낸다. 허 감독은 “우리 가드진이 젊고 경험이 적어 주로 최고참 포워드 추승균과 눈빛을 마주치며 전술 변화를 주문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도자들은 남다른 방식으로 플레이 중인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LG 강을준 감독은 올 시즌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1-1, 1-2, A, B, 레더 등 난수표 같은 17장의 종이를 메모판에 붙여가며 작전을 지시했다. 강 감독은 “아이반 존슨의 전술 이해도가 떨어지고 가드들이 어려 색다르게 시도해 봤다”고 말했다. SK 김진 감독은 오리온스 시절 서로 다른 색상의 알록달록한 8장의 카드를 양복 윗도리 안주머니에 넣었다 경기 때 번갈아 꺼내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컨트롤했다.

구성원끼리 서로 의중을 잘 알아야 조직의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 코트에서도 잘 통해야 승리도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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