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통신]해발 5330m ‘임시 빵집’ 산악인 유혹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빵집은 어디일까? 아마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베이커리’(해발 5330m)일 듯싶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 근처의 유일한 가게인 이 빵집은 500m 가까이 길게 늘어선 베이스캠프촌 초입에 자리 잡고 구수한 빵 냄새로 각국 산악인들을 유혹한다.

입식 텐트 2동을 묶은 빵집에 들어서면 천으로 덮어 놓은 빵 판매대와 긴 탁자, 그리고 12개의 간이 의자가 있다. 하루 서너 가지 빵과 커피 등 음료가 마련된다. 애플파이 한 조각은 400루피(약 8000원), 커피 한 잔은 80루피(약 1600원), 콜라 500mL는 300루피(약 6000원)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와 비교하면 두세 배 높은 가격이다. 비싼 듯도 하지만 5000m가 넘는 곳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평하기 어렵다. 빵집 매니저인 파상 타망 씨(46)는 “3년 전부터 빵집을 운영해 왔다. 하루 평균 20명 정도의 손님이 찾지만 점차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빵집은 1년 중 봄철 시즌인 4월부터 2개월 동안만 문을 연 뒤 철수한다. 이 시기는 맑고 포근한 날씨 때문에 에베레스트 정상 공격이 상대적으로 쉬워 각국 산악인들이 몰리는 때다.

사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살펴보면 빵집 하나 없으리란 법도 없다. 22일 현재 베이스캠프를 찾은 각국 원정대만 해도 40여 개에 이른다. 보통 한 팀의 인원은 원정대원과 셰르파를 합해 대개 20∼30명. 약 1000명이 상주하는 곳이 베이스캠프촌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자 자리다툼도 치열하다. 박영석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의 경우 선발대가 지난달 말부터 먼저 와서 캠프1에 가는 좋은 길목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현재 본부와 식당 텐트를 포함해 모두 15개의 텐트를 쳤다. 각국 원정대 40여 개 팀이 20여 개씩 수백 개의 텐트를 치니 축구장 2, 3개 크기의 베이스캠프촌도 비좁게 느껴진다. 때문에 도착이 늦은 원정대는 베이스캠프촌 초입에 텐트를 치거나 얼음을 깎고 큰 돌을 놓아 어렵게 텐트 칠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베이스캠프뿐 아니라 상위 캠프에서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각국 원정대의 경쟁이 치열하다. 21일 캠프3(7300m)까지 구축에 성공한 박영석 원정대는 23일 캠프4(8000m) 설치에 나선다. 정상(8850m)에 바짝 다가서는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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