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상해하지 말고 (박)태환이가 너의 파트너선수라고 생각하렴.”
어머니의 한 마디. 무뚝뚝한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몇 개월. 박태환(단국대)은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배준모(20·서울시청)는 전국체전 5관왕을 차지했다. 배준모는 “솔직히 ‘파트너선수’라는 꼬리표가 달갑지 만은 않았어요”라고 털어놓았다. 1위와의 격차가 크기는 하지만 배준모는 한국자유형의 2인자. 경영대표팀 노민상 감독은 “신체적인 조건과 유연성은 오히려 (박)태환(183cm·74kg)이 보다 (배)준모(186cm·77kg)가 앞선다”고 평가했다.
‘수영천재’의 곁에서 콤플렉스를 느낄 법도 했지만, 배준모는 담담했다. 이유는 “나도 재능 있는 선수”이기 때문. “태환이보다 내가 못하는 이유는 노력 부족”이라고 했다. “재능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면, 노력해도 안 된다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제 자신을 믿으려고해요. 한계를 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긍정적 사고는 기록으로 표현됐다. 배준모의 기록은 이제껏 단 한 번도 뒷걸음을 친 적은 없다. 다만, 단축페이스가 ‘미미’했을 뿐. “(박)태환이는 팍팍 잘도 줄이는데, 저는 항상 0.5초 이내로 줄여요. 뭐, 천천히 가면되죠.”
28일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81회 동아수영대회(동아일보, 스포츠동아 ,대한수영경기연맹 공동주최) 남자일반부 자유형 400m결선. 배준모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한 걸음을 또 내디뎠다. 3분56초83의 대회신기록으로 우승. 자신의 종전기록(3분58초50)을 2초 이상 단축시켰다. 노민상 감독은 “최근 1년 사이 몸의 근육이 몰라보게 붙었다”면서 “탄력만 보완하면 더 좋은 기록을 낼 것”이라며 웃었다.
배준모의 선전으로 수영연맹의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계영800m금메달프로젝트’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남자대표팀에는 장상진(18·한체대)과 피승엽(19·신한은행), 강용환(24·강원도청) 등도 상승세다. 노 감독은 “1분44초대의 200m기록을 갖고 있는 박태환에, 나머지 3명의 선수들이 1분47-49초대까지만 올려준다면 금메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배준모의 200m 최고기록은 1분50초99. 배준모는 “30일 열리는 자유형200m에서 1분49초대 진입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김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ㅣ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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