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주대 대운동장.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한 국가대표 코칭스태프 초청 축구 클리닉에 참석한 한 중학생은 ‘초중고교 축구리그가 시작되니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주중에는 학교 다니고 주말에 축구하니 몸은 힘들지만 친구들과 친해지고 공부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축구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부 축구계 인사들이 “월드컵 축구 4강 진출에 맞먹을 큰 변화”라고 일컫는 전국 초중고교 리그의 개막이다. 4일 개막해 11월까지 주말마다 계속되는 초중고교 리그는 성적에 혈안이 돼 과열 양상을 띤 전국대회를 대체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즐기는 축구, 공부하는 축구’가 리그의 목표.
이러한 변화의 정착을 위해 대표팀 사령탑들이 발 벗고 나섰다. 이날 허정무 감독이 전주 지역 중학생 100여 명을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허 감독은 “생각하는 축구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학생이 슈팅 직전 골키퍼가 다가오는 모습에 당황해 멈칫거리자 “생각하는 습관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따끔하게 꾸짖었다. 전북 고창중 김명수(13)는 “대표팀 감독께서 직접 지도해 주시니 박지성 선수가 된 기분”이라며 즐거워했다.
허 감독은 전주대 강당에서 열린 특강에서도 “축구 선수로서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공부는 필수다. 매일 일기를 쓰고 자기 전에 5분이라도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전주=신진우 기자 nichs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