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대전구장을 ‘탁구장’이라 부르던 야구팬들도 청주구장에 와보면 입을 다물 듯하다. 정중앙 담장까지 거리가 110m에 불과한데다 좌우 펜스까지도 98m 밖에 안 된다. 올 시즌 첫 청주 경기였던 28일 LG-한화전에서 홈런 8개(한화 6개·LG 2개)가 쏟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29일 양 쪽 덕아웃의 화제는 온통 ‘홈런’이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어떻게 그렇게 잘 넘어가나. 5점 차도 안심 못 하겠더라”며 껄껄 웃었다. 11-5로 앞선 8회 무사 1루에서 시험 등판한 구대성이 우전 안타를 맞자 곧바로 교체한 것도 그래서였다.
LG 김재박 감독도 체념의 웃음을 지을 뿐. “장충 리틀야구장에서 경기하는 것 같았다. 방망이 끝에 맞아도 다 넘어가더라”고 했다.
물론 가장 떨리는 건 양 팀 선발투수들이다. 한화 안영명은 “홈런 세 개까지는 각오하고 있다”며 쑥스러워했고, LG 심수창도 “타구가 좀 떴다 싶으면 뒤를 안 돌아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부상 후유증으로 두 경기 모두 결장한 한화의 거포 김태균 역시 유독 얼굴이 어두웠다. 한화 타자들이 짐짓 “네가 나가면 6개 정도는 쳤을텐데…”라며 놀릴 정도.
하지만 홈런 못지않게 많이 나오는 게 또 있다. 삼진이다. 한 시즌에 홈런을 몇 개 못 치는 타자들도 청주에서라면 욕심이 날 터. 전체적으로 스윙이 커지다보니 헛방망이질도 많아졌다. 28일 경기 역시 한화에서 12개, LG에서 9개의 삼진이 나왔다. 김인식 감독은 이에 대해 “예전에는 삼진 당하면 무척 혼났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주자가 없으면 오히려 풀스윙을 하는 게 유행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청주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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