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혼자만 일본간다고 삐쳤어요.”
남자핸드볼대표팀 주장 강일구(33)가 요즘 여자핸드볼의 베테랑인 부인 오영란(37)의 마음을 풀어주기에 바쁘다. 다음달 6일 일본 가와사키 토도로키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2009 한·일 핸드볼 국가대표 정기전’ 출전 명단에 오영란의 이름이 빠졌기 때문. 이번 경기에는 오영란 대신 이민희(29·용인시청)가 골문을 지킨다.
강일구는 29일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영란이 대표팀 엔트리에 빠진 것에 대해 “아내 나이도 있고 이제 한국 핸드볼도 세대교체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오영란 못지않게 이민희가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서운한 건 없다”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끝난 후 만난 강일구는 “사실은 아내가 삐쳤다”며 실상을 털어놨다. 오영란 입장에서는 남편과 오랫동안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경기에 뛰었던 터라 섭섭한 마음이 컸을 터. 강일구는 “경기 못 뛰는 것보다 저 혼자 일본간다고 삐쳤는데 어쩌죠?”라며 수문장의 카리스마가 아닌, 남편 입장에서의 안타까움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