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은 지난해 42경기(선발 4경기)에 등판해 12승을 올렸다. 그 중 선발승은 1승뿐이었고 나머지 11승은 중간계투로 거둔 수확. 2세이브와 2홀드도 아울러 기록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의 기억을 되살려 올 시즌에도 초반 승리가 필요할 때 김원형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개막전에서 패하는 등 ‘약효’가 떨어졌고, 그 역할을 이승호(28·사진)가 해내기 시작했다. 이승호만 등판하면 이상하게 패가 잘 풀리자 ‘잡아야할 게임’이라고 판단이 서면 어김없이 이승호를 호출했다.
3일 문학 삼성전도 마찬가지. 선발투수 카도쿠라 켄이 3.2이닝 동안 3실점하면서 팀이 1-3으로 끌려갔다. “투수가 없다”며 앓는 소리를 하는 김 감독이기에 ‘필승카드’인 이승호는 이기거나, 적어도 동점일 때 활용해야겠지만 일반적인 논리와는 달리 이 상황에서 이승호를 또 등판시켰다.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승호가 8회초 1사 1루서 물러날 때까지 3.2이닝 4안타 2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으로 버티는 사이 팀은 4-3으로 역전했고, 결국 그 점수는 끝까지 유지됐다.
행운도 또 따라왔다. 1-3으로 뒤진 5회말 2사 후 박경완의 빗맞은 타구가 삼성 선발 배영수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고, 2루수 신명철이 잡아 던진 것이 악송구가 되며 2사 2루 찬스를 잡았다. 글러브에 맞지만 않았으면 넉넉히 아웃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나주환의 적시타로 2-3으로 따라붙었고, 나주환의 2루 도루 시도 때 2루수 신명철이 베이스커버를 하는 사이 정근우의 타구가 묘하게 원래 2루수 자리쪽으로 굴러가 행운의 우전안타가 됐다. 그리고는 박재상의 역전 2타점 우익선상 2루타가 터졌다.
이승호는 중간계투로만 시즌 4승째(무패)을 챙기며 다승 공동 2위가 됐다. 2세이브 1홀드도 곁들였다. 올해 이승호가 등판한 14경기 중 SK는 무려 12승을 챙겼다. 패배는 단 한번뿐이다.
이승호는 경기 후 “중간이든, 선발이든, 마무리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웃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승호보다 더 함박웃음을 지었다.
문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