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이터’ SK 정근우(27)가 올 시즌 초반 그라운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타격 타이틀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3일 문학 삼성전에서도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타율을 0.426까지 끌어올렸다. 두산 김현수(0.325)를 1리 차로 제치고 타격 1위로 복귀했다. 두산 최준석(0.420), LG 페타지니(0.408)과 함께 ‘4할 4두마차’를 형성하고 있고, 최다안타(46)와 득점(27)에다 도루(10)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WBC 효과?
SK 김성래 타격코치는 “정근우는 작은 체격이지만 펀치력은 타고났다. 올해 타격시 오른 무릎을 세우고, 탑(배트를 쥔 양손의 위치)을 내리면서 편안한 자세로 타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격 시 공을 마중 나가서 치지 않고, 최대한 뒤쪽으로 불러들이며 공략한다는 뜻이다. 정근우는 “타격 순위들을 보면 나도 신기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타격 상승세는 WBC 효과”라고 설명했다. WBC에 맞춰 몸을 빨리 만든 데다 대회 기간 중 특급 투수들의 공을 상대하다보니 개막전부터 페이스가 올라왔다는 자가진단이다. 그는 “시범경기를 할 무렵에 일본과 5차례나 맞붙으면서 팽팽한 접전을 치렀다. 특히 일본 최고 투수들의 공을 상대하면서 많이 배웠고, 많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200안타 도전?
“어차피 4할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개인 타이틀에 대해 특별히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면서도 “지난해 2위에 머물렀던 최다안타는 욕심이 난다”고 했다. 3일까지 25경기에서 46안타. 지난해 126경기에서 올해 133경기로 확대돼 200안타에 도전할지 주목된다. 산술적으로는 일단 245안타를 기록할 수 있는 페이스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정근우는 ‘몰아치기’에도 능하지만 ‘몰아쉬기’의 약점도 있다. 부진에 빠졌을 때 얼마나 빨리 빠져나오느냐가 중요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체력. 김성래 코치는 “체력이 좋은 선수지만 출루가 많고, 나갔다 하면 뛰고, 수비 포지션(2루수)도 움직임이 많은 자리다. 같은 10경기를 해도 정근우는 30경기 이상을 뛴 선수와 같다”며 체력 안배를 걱정했다. 정근우 역시 “평소보다 일찍 몸을 만들었고, 평소 게임보다 몇 배로 힘든 WBC를 치르고 시즌을 시작하다보니 사실 벌써 많이 힘들다”면서 “페이스를 조절하려고 하지만 주자로 나가면 뛰지 않을 수도 없지 않느냐”며 웃었다.
문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