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가는 선수들에 대해 많은 야구인이 걱정을 합니다. 국내 자원이 줄어드는 문제를 떠나 어린 선수들의 미래가 염려된다는 겁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학생과 학부모가 크게 착각하는 게 있다. 미국 간다고 메이저리거가 되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 충분히 실력을 쌓은 뒤 제대로 대우를 받고 가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현역 시절 ‘악바리’로 유명했던 천안북일고 이정훈 감독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1998년 미국에서 코치 연수를 했던 이 감독은 “루키리그만 해도 초고교급 수준의 선수들이 즐비하다. 힘겹게 그 과정을 통과한다고 해도 싱글 로, 싱글 하이, 더블A, 트리플A를 거쳐야 하는데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다. 말도 안 통하고 친구도 없어 정신적으로 큰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신인 2차 지명 대상자 750명 가운데 프로에 입단한 선수는 65명입니다. 10%도 안 되는 취업률을 노리느니 당장 목돈을 주며 오라는 곳을 마다할 선수와 학부모는 별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명도 하기 전에 서두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2006년 안산공고 3학년 김광현은 SK의 1차 지명을 받고 5억 원에 계약했습니다. 그와 쌍벽을 이뤘던 광주진흥고 정영일은 KIA의 지명을 뿌리치고 100만 달러에 LA 에인절스와 계약했습니다. 김광현은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됐습니다. 3년 만에 억대 연봉(1억3000만 원)을 받습니다. 2007년 루키리그에서 뛰었던 정영일은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메이저리그는 멀기만 합니다.
“2006년 이후 미국으로 간 선수 중에 정영일만 한 대어는 없다”는 또 다른 스카우트의 말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