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5일(0-4패) 경기를 통해 SK에 맞서는 하나의 단서를 찾은 듯했다. 로이스터는 “스트라이크를 정확히 공격적으로 쳐내는 능력에서 SK가 롯데보다 10배는 빼어나다. 몸쪽 볼을 많이 던지라고 주문했는데 안 그랬으면 10점은 줬을 것”이라고 했다.
롯데 선수들도 “경기 전 몸쪽을 많이 던지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로이스터는 “롯데 투수들의 약점은 몸쪽을 못 던지는 것”이라 단언하기도 했다. 전날 롯데 선발 조정훈이 SK 박재홍 상대로 볼 4개를 전부 극단적으로 몸쪽에 붙인 것 역시 이 차원에서 바라봤다. “고의성이 없었기에 이슈화될 일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롯데로선 ‘몸쪽 볼만이 살길’이라 선언한 셈이기에 의도와 관계없이 향후 언제든 재충돌할 불씨를 안고 있는 양 팀이다.
또 하나의 민감한 지점인 롯데 팬들의 박재홍을 향한 야유 세례에 대해서도 로이스터는 강경했다. “He deserve it(그래도 마땅하다)”란 한마디가 정서를 압축한다. 자초했으니 감수해야 될 일이란 풀이로 귀결된다.
롯데 팬들 역시 이틀 연속 박재홍 타석 때 야유를 멈추지 않았다. 6일엔 박재홍이 등장하면 조성환 응원송을 합창하기도 했다.
박재홍이 파울을 치면 “(그가 친 파울볼은 필요 없으니) 필드로 다시 공을 던지라”고 주문하는 팬들도 나왔다. 7회 박재홍 타석에선 1루측 관중석에서 장난감 칼을 들고 남성관중이 난입하는 사태까지 터졌다. SK는 곧바로 박재홍을 김재현으로 교체했고, 박재홍은 즉시 숙소로 돌아갔다.
SK의 6-3 승리가 확정되자 사직구장은 ‘무법천지’로 돌변했다. 필드로 물병이 날아와 선수들은 황급히 덕아웃으로 피신했다. 전경들이 이동 동선을 누차 점검했지만 막상 SK 선수단이 나타나자 공권력은 우습게 무너졌다.
욕설, 물병과 오물투척, 발길질…. SK 버스는 소주병에 맞아 유리창이 깨지기까지 했다. 우산까지 동원했지만 안경현 박정환 김상진 투수코치 등은 관중이 던진 물건에 맞았다. SK 버스가 도망치듯 떠난 자리는 폐허였다. 끝모를 증오만이 남아있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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