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문경은-이상민 “마지막 불꽃 피우리라”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람보 슈터’ 문경은(38·SK)과 ‘컴퓨터 가드’ 이상민(37·삼성). 절친한 연세대 1년 선후배 사이인 이들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화제가 되는 걸 보면 인기는 세월을 뛰어넘는 모양이다.

이들은 농구대잔치 시절 오빠부대의 우상이었다. 1990년대 국내 농구는 최고 인기였다. 이들을 소재로 한 TV 미니시리즈 ‘마지막 승부’(1994년)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들의 진로는 대학 졸업 전에 이미 결정됐다. 문경은은 아마추어 현대에 입단하고 이듬해 이상민은 삼성 유니폼을 입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문경은의 1년 선배인 오성식이 당초 예정된 삼성 대신 SBS와 계약하면서 일이 꼬였다. 결국 문경은은 삼성으로, 이상민은 현대로 방향을 선회했다.

문경은과 이상민은 프랜차이즈 스타로 한 팀에서만 뛰다 은퇴한다는 희망을 품었으나 외부 요인에 의해 이루지 못했다. 문경은은 2001년 삼성을 정상으로 이끈 뒤 신세기로 트레이드됐다. 이상민은 2007년 KCC의 보호선수에서 제외되면서 삼성으로 옮겼다.

묘하게 엇갈린 문경은과 이상민은 이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선택을 앞두고 있다. 문경은은 SK 구단 측의 은퇴 권유에 맞서 “충분히 더 뛸 수 있다. 팀이 플레이오프에도 못 오른 시즌을 끝으로 허망하게 떠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급기야 다른 팀 이적까지 요구했다. SK에 있으려면 연봉 대폭 삭감이 불가피하다. 명분과 자존심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행히 문경은과 SK의 견해 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어 재계약이 유력하다.

이상민도 고심 끝에 삼성과의 재계약이 성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에서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기에 정상 재도전을 향한 의욕을 밝혔다. 문경은과 이상민은 현역 생활을 잘 마무리한 뒤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연착륙하고 싶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 기로에 선 그들의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는 이유다. 이번 결정이 새 인생을 향한 발판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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