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 스페셜] 페타지니 터지니 LG가 터지네

  • 입력 2009년 5월 11일 08시 00분


복덩이 노장용병 재계약의 비밀

마이클 루이스의 ‘머니볼’에 나오는 얘기다.

오클랜드는 왕년의 강타자였으나 노쇠화가 역력한 데이비드 저스티스를 줍다시피 영입한다. ‘장타력은 쇠퇴해도 선구안은 늙지 않는다’라는 이유였다.

지난해 LG의 베네수엘라 출신 용병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38) 영입도 이 맥락에서 비쳤다. “똑딱이 용병”이란 말이 LG 내부에조차 있었다.

그 페타지니가 한국 무대 2년차인 올 시즌 벌써 9홈런을 치고 있다. 선구안(20삼진:27 4사구)이 건재한데다 타율은 0.424에 달한다.

2위까지 치고 올라온 LG의 이변은 ▲FA 이진영-정성훈의 활약 ▲다카하시 투수코치 효과 ▲페타지니의 각성을 꼽을 수 있다. 마치 일본 야쿠르트 시절 홈런왕 모드로 회춘한 듯한 페타지니의 괴력엔 ‘비밀’이 숨어있었다.

○진정한 프로페셔널

LG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페타지니 재계약엔 바깥에 알려지지 않은 사정이 있었다.

페타지니는 작년 시즌 중 대체용병으로 한국에 와서 채 10일도 지나지 않아, 어느 일요일 경기 전 잠실구장 1루 수비훈련 도중 왼손 중지를 다쳤다.

뼈가 부러지는 중상이었는데 페타지니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당일 경기를 뛰고 나서야 부상을 털어놨다.

LG는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틀간 응급치료를 받게 했다. 이어 페타지니는 수요일부터 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통증에도 내색하지 않고, 페타지니는 거의 풀 시즌을 소화했다.

이를 통해 LG는 페타지니의 프로근성과 아픈 손가락에도 이 정도 성적을 냈는데 몸만 완쾌되면 위력이 배가되리란 기대치를 묶어서 재계약을 확정한 것이다.

이미 검증된 선구안+콘택트 능력에다 이제 장타력까지 만개, LG의 결단이 옳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밖에 페타지니의 건전한 사생활도 LG를 감복시켰다는 후문이다. 언제나 사인요청은 친절하게 응하지만 여성 팬과는 사진촬영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금욕적이다.

한국 신문에 실린 자신의 기사는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LG 선수들에게 가장 부족했던 ‘프로근성’을 두루 갖추고 복음처럼 한국에 재림한 페타지니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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