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cm의 최장신 하승진(KCC)은 왼쪽 발목에 두툼한 깁스를 하고 나타났다. 슈터 방성윤(SK)은 진단서를 지참한 구단의 의무 트레이너를 대동했다. 김주성(동부)도 다리를 절뚝거렸다.
13일 서울 올림픽공원 대한농구협회 사무실에서 처음 소집된 12명의 남자 농구대표팀 선수 가운데 일부는 크고 작은 부상을 호소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올 시즌 KCC를 우승으로 이끈 뒤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허재 감독은 선수들에게 호통부터 쳤다.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라. 예전에는 서로 대표팀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요즘은 대표팀 빼달라고 로비까지 할 정도니 말이 안 된다.” 강한 카리스마로 유명한 허 감독의 일성에 선수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잠시 후 허 감독은 특별한 부상이 있는 방성윤, 김주성, 이규섭(삼성) 김승현(오리온스)과 개별 면담에 들어갔다. 대표팀 상견례에서 이런 일대일 미팅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간적으로 호소했다. “시즌 끝난 지 얼마 안 돼 다들 컨디션이 나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너도나도 빠지면 어떡하느냐. 재활할 수 있는 편의를 보장할 테니 함께 해보자.” 이런 설득에 당초 대표팀 고사 의사를 밝히려던 일부 선수는 “열심히 하겠다”며 허 감독과 손을 맞잡았다.
허 감독은 선수 시절 부상 투혼의 화신이었다. 허구한 날 골절된 손가락은 치료를 제때 하지 않아 그 크기가 줄었다. 왼쪽 새끼손가락은 아예 굳어져 펴지지 않는다. 비염이 심해 늘 휴지를 끼고 산다. 그런 허 감독이기에 어지간한 부상은 정신력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를 합쳐 71경기를 뛴 35세 고참 추승균(KCC)은 허 감독의 처지를 생각해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당초 일부 선수 교체가 예상됐지만 허 감독은 팀워크를 해칠까 우려해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방성윤은 미국에서, 김주성은 일본에서 재활을 마친 뒤 대표팀에 합류해 6월 10일부터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되는 동아시아선수권에 대비할 계획. 하승진은 이 대회에 결장할 것으로 보이며 8월 중국 톈진 아시아선수권 출전에 초점을 맞췄다.
부상 선수가 많아 식욕까지 잃었다는 허 감독은 “당분간 정상적인 훈련은 힘들다. 18일부터 합숙을 실시해 5차례 정도 연습경기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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