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거리 모델은 볼트형? 이토형?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자메이카 코치 “다리 직각으로”
일본인 前코치 “걸음 횟수 늘려야”

‘이토 고지(일본)냐,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냐.’

한국 육상 단거리가 본보기로 삼아야 할 역할모델은 누구일까. 자메이카 출신 리오 알만도 브라운 단거리 코치가 “볼트처럼 다리를 직각이 될 정도로 높이 올려 뛰어야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육상에 자세 논란이 일고 있다. 브라운 코치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9초69의 세계기록으로 우승한 볼트가 잘 달리는 이유를 다리를 직각에 가깝게 높이 올리는 자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4∼2006년 상비군과 대표팀을 지도한 미야카와 지아키 일본 도카이대 교수는 “아시아 선수들은 흑인에 비해 파워가 떨어지기 때문에 다리를 높이 드는 것보다 지면에 가깝게 앞으로 빨리 뻗어 달리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미야카와 교수는 1998년 10초F의 아시아기록(현 9초99)을 세운 이토 고지와 2003년 200m 아시아기록(20초03)을 세운 수에쓰구 신고를 키운 일본 단거리의 대부. 1979년 서말구가 세운 10초34의 한국기록을 깨기 위해 초빙했던 미야카와 교수는 목적 달성은 하지 못하고 돌아갔지만 그의 이론을 따르는 지도자는 많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 선수들이 볼트보다 이토의 주법을 따르는 게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문영진 체육과학연구원 박사(운동역학)는 “근력이 좋으면 보폭을 길게 하는 게 좋고 근력이 약하면 걸음 횟수를 높여 달리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스프린터’ 장재근 대한육상경기연맹 기술 이사는 “달리는 스타일의 문제지 누가 맞고 틀린 게 아니다. 정석은 브라운 코치의 주장대로 달려야 한다. 하지만 미야카와 교수는 아시아식 주법을 만들어 기록을 냈다. 결국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열심히 훈련하는 게 기록 단축의 비법”이라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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