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고졸과 대졸의 차이 있다?

  • 입력 2009년 5월 14일 18시 32분


스포츠에서 고졸과 대졸의 차이가 있을까. 실력 지상주의인 프로 스포츠에서 학력은 큰 의미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 운동선수들은 고교를 졸업한 뒤 바로 프로로 간다. 대학 간판을 따려던 과거와는 다르다. 아직 기를 쓰고 대학을 가려는 일반 학생과는 딴 판이다. 그런데 스포츠에서도 정도의 차는 있지만 학력이 만들어내는 차이는 분명 있다.

"솔직히 중학교나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들을 관리하기가 제일 힘들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이 덜 된 상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큰 돈을 만지다보니 축구 외적인 놀이 문화 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알아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한 프로 축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대부분의 어린 스타 선수들은 고급 외제 차부터 산다. 연예계 인사들과 어울리다 밤 문화에 빠져드는 경우도 많다. 1990년대 후반 고교를 졸업한 뒤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선수들이 어떻게 망가졌는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사례가 줄었지만 여전히 문제 선수들은 존재한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은 프로의 의미를 잘 안다. 대학 4년 간 공부보다 훈련에 더 신경을 쓰지만 감독과 선배들의 충고, 다른 과 학생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사회'를 배운다. 길어야 10년간 몸으로 벌어먹는 신세에서 자기 관리에 철저하지 않으면 바로 도태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대졸 선수들이 딴 짓하다 망가지는 사례가 드문 이유다. 가끔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있어 프로 관계자들의 골치를 썩이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프로 의식이 강해 관리가 편한 편이다.

FC 서울은 한 때 영어와 생활 한자, 컴퓨터 강의는 물론 자금 관리와 인성 교육을 실시했다. 중졸, 고졸 선수가 많아 특별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강명원 FC 서울 차장은 "어린 선수들의 경우 흡수력이 빨라 적절한 교육을 통해 프로 선수로 훌륭하게 생활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한다. 중고교 선수들이 프로로 진출하는 게 일반화된 요즘 각 구단도 특별 관리 시스템을 갖출 때가 됐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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