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통신]폭설에 발묶여 20일 정상공격

  • 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50m)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7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인근 아이스폴 지대에서 소규모 눈사태가 일어나 2명이 다치고 1명이 실종됐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황인찬 기자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50m)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7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인근 아이스폴 지대에서 소규모 눈사태가 일어나 2명이 다치고 1명이 실종됐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황인찬 기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는 최근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네팔 상업등반대의 요리사 2명이 10일 밤 ‘로열 스탱’이라는 네팔 위스키를 나눠먹은 뒤 이튿날 한 명은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중태에 빠졌다. 이들은 250mL짜리 2병을 나눠 마신 뒤 변을 당했다. 네팔 정부는 문제의 위스키를 수거해 조사하고 있지만 네팔 사람들은 이들이 공업용 알코올로 만든 가짜 위스키를 마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짜 양주로 인한 사고는 네팔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지난해 10월에도 베이스캠프에서 로열 스탱을 나눠 마신 독일인 1명과 네팔인 6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 때문에 현지인들조차 네팔 위스키를 마시길 꺼릴 정도다.

담배도 안전하지 않다. 최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시카르’라는 네팔 담배를 피운 현지인 2명의 눈이 머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잇따른 사고에 네팔 정부는 바빠졌다. 네팔 정부는 최근 베이스캠프의 각국 원정대를 돌면서 로열 스탱 위스키와 시카르 담배를 수소문해 수거해 갔다.

술과 담배로 인한 사고 외에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7일 베이스캠프 인근 아이스폴 지대에서 일어난 눈사태가 인근을 지나던 상업등반대인 아시안트레킹 대원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외국인 대원 2명이 부상했고 수십 m 깊이의 크레바스(빙하 속 깊은 균열)에 빠져 실종된 현지 셰르파 1명은 수일간의 수색작업에도 생사를 모르고 있다. 11일에는 상업원정대 IMG의 미국인 대원 1명이 에베레스트 캠프3에서 캠프4로 이동하다 수십 미터 아래로 미끄러져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에베레스트만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도 드물다. 해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상에 서는 감격을 맞보지만 정상 문턱에서 목숨을 잃는 산악인도 적지 않다. 1975년 이후 에베레스트에서 숨진 사람만 20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은 현지 셰르파다.

올해도 어김없는 사건 사고 소식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게다가 한창 정상 공격에 나서야 할 요즘 거센 눈까지 내려 원정대의 발목을 잡았다. 10일부터 사흘 연속 눈이 퍼부어 발목까지 푹푹 빠질 만큼 쌓였다.

다행히 13일부터 눈이 그쳤고 다시 찌는 듯한 햇볕이 내리쬈다. 20일까지 화창한 날씨가 이어진다는 희망찬 일기예보도 전해졌다. 궂은 날씨 때문에 1차 정상 공격을 접고 9일 베이스캠프로 내려왔던 박영석 남서벽 에베레스트 원정대는 15일 재도전에 나선다. 원정대는 차례로 상위 캠프에 오른 뒤 20일 오전 정상 공격을 할 예정이다.

황인찬 기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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