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농구감독, 젊다고 팀조련 더 잘할까

  • 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삼성 안준호 감독(53)은 14일 외국인선수 선발을 위한 감독자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묘한 감회에 빠졌다. 어느덧 최고령 사령탑이 됐기 때문이다. 안 감독은 35세의 나이에 여자팀 코오롱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뒤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6년 남자 신생팀 진로의 초대 감독으로 내정됐으나 모기업의 부도로 창단이 무산된 뒤 팀을 인수한 SK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성적 부진으로 첫 시즌 도중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다.

2003년 친정팀 삼성 감독으로 복귀 후 우승 1회, 준우승 2회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삼성이 최강의 전력이 아니었어도 상위권을 지킨 데는 오랜 연륜 속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안 감독의 지도력이 큰 힘이 됐다.

안 감독이 유일한 50대 감독이라는 사실에서 보듯 프로농구 감독은 젊어지고 있다. ‘사오정(45세 정년)’ 바람이 불어 닥쳤다. 10개 구단 감독 평균 연령은 46세다. 최연소는 KT&G 이상범 감독(40). 젊은 감독이 선호되는 이유는 스피드와 패기가 중시되는 농구의 특성에 잘 맞기 때문이다. 프런트의 간섭이 심하기로 유명한 코트에서 대부분의 단장들이 연상의 껄끄러운 감독을 기피하는 이유도 있다.

명장으로 알려진 54세 동갑내기 최희암, 신선우 감독 등은 올 시즌 벤치 입성에 실패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50대 이상의 농구인은 대개 TV 해설가로 마이크를 잡기 마련이다.

반면에 미국프로농구의 감독 평균 연령은 54세다. LA 레이커스 필 잭슨(61), 유타 재즈 제리 슬로언(67) 등 60대 감독도 6명이나 된다. 감독 평균 나이가 55세인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SK 김성근(67), 한화 김인식 감독(62)이 손자 볼 나이에도 여전히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다. 프로축구 대전 김호 감독도 65세다.

능력이 충분한데도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감독 선임에서 배제된다면 농구 발전에도 큰 손실이 된다. 굳이 감독이 아니더라도 자신보다 나이 어린 후배 감독 밑에서 묵묵히 코치로 일할 수 있는 풍토와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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