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전화통화로 더블헤더 부활하다니…”

  • 입력 2009년 5월 16일 08시 22분


KBO 탁상행정 불만 확산

“단장회의 결정도 아닌 웃긴 일 갑작스런 제도 변경 현장 무시” 일선 감독들 KBO에 불신 쌓여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논란의 중심이 됐던 월요일 경기를 폐지하고 대신 주말 3연전 중 금요일과 토요일 경기가 우천취소될 경우 다음날 더블헤더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가 나오자마자 현장의 감독들이 또다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현장 감독들의 불만

SK 김성근 감독은 “월요일 게임을 하기로 한 것 자체도 잘못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갑자기 더블헤더를 하기로 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급하다고 해도 그렇지 사안을 단장회의도 아닌 전화통화로 결정한다는 것도 웃긴다. 월요일 게임을 한 SK와 히어로즈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감독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들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더블헤더를 해도 상관없다”고 말해온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마저 이날 “규정을 바꾼 것은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노력이지만 시즌 중 규정을 바꾸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블헤더 부활 무엇이 문제인가

잠실구장에서는 두산 김경문 감독과 삼성 선동열 감독이 더블헤더 부활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를 얘기하면서 그냥 웃어버렸다. 올해 ‘무승부=패’가 되는 희한한 제도를 도입했는데 더블헤더까지 치러질 경우 문제점은 더 커진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더블헤더 제1경기는 연장전이 없기 때문에 9회 무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제2경기에서 연장 12회 무승부를 한다면 양팀은 힘은 힘대로 다 빼고 2패씩을 안게 된다.

금요일 경기마저 5회 강우콜드게임 무승부로 끝나면 3무로 인해 양팀이 3패를 떠안는 꼴이 발생한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엔트리라도 늘려줬으면 좋겠다. 올해 프로야구 일정상 9월에 3주 정도 여유가 있는데 왜 더블헤더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동네야구 전락하는 프로야구

시즌 중 손바닥 뒤집듯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팬들이 보기에도 한심한 작태다. 프로야구 초창기라면 백번 양보해 ‘시행착오’라고 덮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올해로 프로야구 28년째다.

프로야구 행정의 중심을 잡아야할 KBO와 함께 8개구단 단장회의의 신뢰성은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보다 프로야구가 아마추어, 동네야구로 전락하는 것이 더 심각한 사태다. 프로야구는 역사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특히 야구는 기록의 경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현장도 제도에 대해 계속 불만을 터뜨려서는 곤란하다. 행정은 KBO와 8개구단 프런트 수뇌부가 책임을 져야하는 사안이다. 물론 행정집단에 대한 불신감 팽배로 야기된 문제지만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이라면 ‘산으로 올라가는 사공많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KBO와 단장들은 올 시즌 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미래를 내다보는 제도를 만들어야한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바꾸자’는 안이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이번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는다. 이젠 한국프로야구도 정착할 때가 됐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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