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베잘리 “남현희가 두려워”

  • 입력 2009년 5월 16일 08시 51분


세계랭킹 1위 베이징올림픽 후 신경전… 오늘 SKT 국제그랑프리서 세계정상 맞대결

‘펜싱여제’ 발렌티나 베잘리(35·이탈리아)가 변했다. 세계랭킹 2위 남현희(28·서울시청)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다.

2008베이징올림픽 여자 펜싱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남현희를 꺾은 베잘리는 올림픽 금메달만 5개를 획득한 펜싱여왕. 남현희는 올림픽 이후 3전 전패를 포함, 아직까지 개인전에서는 베잘리를 꺾은 적이 없다.

베잘리는 높은 콧대로도 유명하다. 15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SK텔레콤 여자 플뢰레 국제그랑프리 기자회견. 베잘리는 “많은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됐고, 특히 남현희가 라이벌”이라고 접대성 코멘트를 했지만, 이후 훈련에서는 작전지시를 하는 코치와도 언성을 높이는 등 자부심이 대단하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남현희와 따뜻한 포옹을 나눴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둘 사이에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남현희는 “베잘리가 베이징 올림픽 이후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베잘리는 남현희에게 무뚝뚝했다. 세계최정상으로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6-5로 남현희와 박빙의 승부를 펼친 뒤, 태도가 급변했다.

일단, 남현희와의 경기에서 피스트에 들어서면, 싱글벙글 미소로 심리적인 우위를 확인한다. 남현희가 멋진 플레이로 베잘리의 가슴팍을 찌르면, 남현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또 한 번 웃는다. 마치, ‘동생 잘 했어’라는 듯.

남현희도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경기 후 도핑테스트. 베잘리는 남현희에게 “난 요즘, 살사와 탱고를 배우고 있다”며 다시 한번 여유를 부렸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남현희는 기술보다 심리전에서 뒤졌다. 은메달 획득 후 남현희는 “베잘리가 약한 척, 빈 공간을 줘서 파고 들어가면 어김없이 속임수였다”고 밝혔었다. 노련한 베잘리가 쳐 놓은 덫이었던 셈.

남현희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기술에서는 뒤질 것이 없다”고 했다.

남현희의 해법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 베잘리가 웃으면, 똑 같이 미소로 화답하고, 아무리 상대가 얄밉게 플레이를 해도 경기 중에는 “절대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베잘리의 동작에 신경 쓰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베잘리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것일 수도 있다.

서울시청 조종형 감독은 “세계랭킹 1·2위의 대결이기에 멘탈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선수는 16일, 세계정상을 놓고 맞붙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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