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구 회장은 5일 베이스캠프(5364m)를 직접 찾아왔다. 비서 한 명도 없이 지인 4명과 함께였다. 그는 대원들과 똑같이 텐트 생활을 하며 같은 밥상머리에 앉았다. “이게 참 내가 좋아하는 캐러멜이야. 일본에서 가게를 돌면서 이 캐러멜을 몽땅 사재기했더니 일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더라고.” 식사를 마친 뒤 대원들에게 캐러멜 봉지를 내밀며 구 회장은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구 회장은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 구철회 회장의 4남 4녀 중 막내다. 그러나 그는 대기업 회장답지 않게 소탈했다. 박 대장 후원 배경에 대해 그는 “산악은 비인기 종목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돈 되는 것, 인기 있는 것에만 후원하면 어떻게 되겠나”고 말했다. 그는 “박영석 대장은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의 유일한 탐험가다. 그의 도전에 힘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스포츠 마니아인 구 회장은 싱글 수준의 골프 실력파다. 한때는 스포츠 기자가 꿈이었단다. 기자의 꿈은 접었지만 프로배구단(LIG손해보험)의 오너가 됐다. 배구 성적은 생각에 못 미친다. 그러나 ‘프로야구 LG의 성적이 좋다’고 말을 건네자 “잠실구장에 자주 가야겠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구 회장은 2001년 K2를 시작으로 박 대장을 응원하기 위해 남극점, 북극점, 에베레스트 등을 찾았다. 예순을 앞둔 나이의 ‘강행군’에 집안의 걱정도 클 듯했다. “물론 걱정 많이 하죠. 사실 박 대장이 우리 마누라를 피해 도망 다녀요.(웃음) 하지만 여력이 되는 한 박 대장의 도전과 함께하고 싶어요.”
혹독한 추위 속에 구 회장은 옷을 껴입을 수 있는 데까지 껴입었고, 가벼운 고소 증세로 두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가져온 과자 보따리를 풀어 대원들의 간식을 제공했고 구수한 입담으로 대원들과 허물없이 지냈다. 일주일간의 ‘힘겨운’ 베이스캠프 생활 뒤 하산하며 구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안전이 가장 중요해요. 모두 몸 건강히 한국으로 돌아와서 우리 집(경기 남양주시)에서 귀국 파티를 하자고요.”
하루 앞당겨 내일 정상공격
한편 박영석 원정대는 정상 공격을 하루 앞당겨 19일 오전 실시할 계획이다.
황인찬 기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