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스포츠 클럽] 결정도 취소도 뚝딱… 무원칙 야구행정

  • 입력 2009년 5월 18일 08시 22분


원칙없는 정치는 간디가 말한 7대 죄악 중 첫 번째다. 어느 분야건 원칙은 중요하다. 원칙이 무너지거나 오락가락하면 혼란이 야기되고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게 된다. 정치는 그들의 행보를 지켜본 유권자들이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때 표로서 심판하면서 실망감·좌절감을 늦게나마 반영시킨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나 스포츠계는 의사를 반영할 기회를 팬들은 갖지 못한다.

프로야구가 시즌 시작 한 달여 만에 행정상의 문제로 현장과 마찰음을 일으키고 있어 영문을 모르는 팬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 개막전부터 몰려든 구름관중을 감안하면 하늘이 준 이 좋은 기회에 야구계가 삐거덕거리는 모습에 당혹스럽기만 하다. 이미 미디어를 통해 언급된 문제이기에 새삼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시즌 도중 갑작스레 월요일 경기취소, 주말 우천 경기 연기 시 더블헤더 시행은 속사정이 어떠하든 팬들 입장이나 선수들 입장서 보면 타당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블헤더 실시도입에 대해서도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를 한 후 최종 결정을 내렸으면 어떠했을까.

결국 최근의 사태는 결정도 쉽게 하고 취소도 쉽게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향후 옳은 제도가 제시되더라도 지속성 문제가 야기될 소지를 남겼다.

이런 현장의 문제점은 KBO로 집중 성토된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단장회의가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제도개선 방안이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구단 단장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구단 사장들의 이사회를 거쳐 확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각 구단 단장과 소속팀 감독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각 구단마다 감독과 프런트가 진지하게 상의한 확견(確見)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만 할 것이다.

즉 구단 프런트와 감독들의 확실한 의사소통이 이뤄진 후 개선책이 검토되어야만 이런 소동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다. 의사 결정 과정이 일관된 원칙 속에 이뤄지면 반대의사를 가진 구단도 결정된 사항에 대해 승복하고 흔쾌히 동참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프로야구계는 초창기의 열띤 분위기에 고무되어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축배의 술잔만 들이킨 적이 있다. 그 여파로 아직도 열악한 환경의 야구장과 구단의 만성적자, 저연봉 선수들의 처우 개선과 심각한 야구 실업자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중요한 이 시기에 서로가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 인사정책은 물론 운영도 변칙과 임시방편이 아닌 상식선을 일탈하지 않는 원칙이 우선되어야 한다. 팬들이 시즌 중에 경기 제도, 일정 등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짜증스럽게 느끼는 야구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원칙의 중요성을 잊으면 잊을수록 팬들과의 거리는 멀어질 것이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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