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와 전북 현대의 K리그 10라운드가 벌어진 17일 부산 아시아드경기장. 부산이 1-0으로 리드한 가운데 전반이 끝났지만 부산 프런트들은 제대로 의자에 앉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했다. 후반 8분 양동현의 골이 터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만년 하위팀’ 부산이 리그 무패로 선두를 질주하던 전북을 홈에서 격추한 날, 결승골의 주인공은 바로 ‘비운의 사나이’ 양동현(23·사진)이었다.
○부상 악령에 시달린 지난 날
양동현은 올 1월 울산 현대에서 부산으로 이적했다. 대형 공격수 영입이 절실했던 부산과 김호곤 감독 부임 후 팀의 리빌딩이 불가피해진 울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양동현 역시 지난해 부진을 털고 황선홍 감독 아래서 재기의 날갯짓을 펼치리라 굳게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월 터키 전지훈련에서 허리가 안 좋아 초반 팀 훈련에 아예 합류하지 못했다. 황 감독이 “너무 부담 갖지 마라. 시즌 중반 이후 완벽하게 기량을 찾은 후에 널 활용할 것이다”고 격려했지만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전훈이 2주 째 접어들 무렵, ‘한국으로 돌아가서 재활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양동현은 “꼭 몸이 좋을 때면 부상을 당해 왔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동현은 스페인 바야돌리드 19세 이하 팀에서 뛰던 2003년 허벅지 부상으로 국내로 돌아왔고, 울산에서 재기해 2007년 16경기에서 6골을 넣어 부활을 알리다가 그해 7월 연습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 관절이 부러져 시즌을 마감했다. 1년여의 재활 끝에 다시 복귀해 작년 7월에는 물 오른 득점력을 과시하며 올림픽팀 승선을 눈앞에 뒀지만 과테말라 평가전에서 왼 발목 인대가 파열돼 물거품이 됐다.
○올 시즌 목표는 15골
올 시즌 양동현에게 우연찮게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달 18일 경남 원정 직전 주전 공격수 정성훈이 갑작스레 부상을 당하자 황 감독은 양동현을 대체카드로 내세웠고 그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울산 소속이던 2007년 6월 서울전 이후 2년여 만의 골.
그리고 바로 다음 경기인 22일 경남을 다시 만나 결승골 포함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3골2도움. 이 페이스라면 2007년의 6골 이후 최다득점을 노려볼 만하다.
양동현은 “2007년 부상으로 못 이뤘던 리그와 컵 대회 합쳐 15골을 일단 올 시즌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부산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