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포를 뗀 한국남자하키가 특유의 스피드를 살리며 10년 만에 아시아정상에 섰다.
한국(세계랭킹5위)은 16일 말레이시아 쿠안탄에서 열린 제8회 남자아시아하키선수권 결승에서 파키스탄(8위)을 1-0으로 꺾었다.
2010세계남자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이번 대회를 맞아, 파키스탄과 인도는 네덜란드에서 뛰는 자국대표선수들을 소집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한국은 대표팀의 소집 후 훈련기간이 3주에 불과했고, 네덜란드에서 임대선수로 뛰고 있는 서종호(29)와 장종현(25·이상 김해시청)이 불참했다. 서종호는 2007-2008년까지 2년 연속 세계올스타에 선정된 한국의 간판공격수. 장종현은 한국의 주전 스위퍼로 세트플레이시 전담히터다.
4월21일 취임한 조명준 감독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남자대표팀 코치를 맡은 경험을 살려 단기간에 상대의 전력분석을 마쳤다. 한국과 우승을 다툴 파키스탄 전에서는 수비벽을 두껍게 쌓은 후 역습을 펼쳐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조 감독의 전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빠른 공격수가 필요했다.
5일. 대회개막 나흘을 남기고 네덜란드에서 뛰고 있는 유효식(27·성남시청)이 합류하면서, 한국에 서광이 비쳤다. 세계최고의 드리블러로 꼽히는 유효식은 3일, 네덜란드리그가 종료되자마자 대표팀을 위해 날아왔다. 이번 대회 MVP로 선정된 유효식의 화려한 스틱기술은 시차도, 장기리그의 후유증도 제쳐버렸다. 유효식은 “동료들의 의지가 워낙 강해 피곤함도 잊었다”고 했다.
서종호의 공백을 유효식이 메웠다면, 김병훈(27·성남시청)은 장종현의 빈자리를 채웠다. 수비진을 안정감 있게 이끌면서, 세트플레이때는 칼날 같은 히팅을 선보였다. 김병훈은 결승전에서는 후반 25분, 페널티코너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결국 득점왕(6골)자리까지 올랐다. 6골 모두 세트플레이득점이었다.
조명준 감독은 “내년 월드컵에서는 4강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은 2002말레이시아월드컵과 2006독일월드컵에서 2회 연속 4강 진출의 신화를 썼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