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식(31·의정부MCS)씨는 그런 생각조차도 헛된 우월감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줘졌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땀방울이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만난 그. 첫 마디는 “나 괜찮으니까, 자연스럽게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난 불편함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진용식씨는 장애인 사이클 계의 암스트롱. 2000년 시드니장애인올림픽 사이클5km에서 금메달, 사이클20k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2008년 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서도 은메달과 동메달을 추가했다. 4월30일, 제1회 대한민국자전거축전 전주-광주 구간에서는 3시간6분49초04의 기록으로 참가선수 94명 중 59위에 올랐다. 선두그룹을 형성한 수 십 명이 동시에 골인해서 순위에서는 다소 밀렸지만, 구간1위 인치환(3시간6분37초40·STORCK FLETA)씨와는 불과 12초 차였다.
“힘든 점이요? 시각장애인도, 절단장애인도 모두 사이클을 타요. 안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장애란, 단지 살면서 느끼는 여러 어려움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서 전 한 번도 기죽어 다닌 적이 없어요.” 정말 장애가 되는 것은 장애 자체가 아니라 장애에 대한 인식이라는 사실을, 진용식씨의 힘찬 사이클 페달은 말해 주고 있었다.
전주-광주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 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