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히어로즈 “내 님은 어디에…”

  • 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 메인스폰서 구하기 어떻게 돼가나

우리담배에 실연당한 후 9개월째 후원자 못찾아

3개社와 40억원 규모 서브스폰서 계약 잠정합의

구단 “메인스폰서 곧 나올것”

“스폰서 이름이 붙어야지.”

프로야구 히어로즈의 클리프 브룸바는 지난달 유니폼 후원사 코오롱이 만든 새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기 전 “예전 것보다 좋다”면서도 뼈있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유니폼에 스폰서 이름이 없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투였다.

히어로즈가 지난해부터 3년간 300억 원 후원을 약속한 메인 스폰서 우리담배를 지난해 8월 잃은 지 9개월째 후원자를 못 찾고 있다. 히어로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내야 할 가입금 120억 원 가운데 60억 원을 냈다. 6월 말까지 24억 원, 12월 말까지 36억 원을 더 내야 한다.

히어로즈 이장석 사장은 올 초 “시즌 개막 전까지 메인 스폰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올 시즌 일정의 4분의 1이 지나도록 스폰서 구하기를 계속하고 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홍보 효과만 보고 연간 100억 원을 프로야구단에 후원할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뿐 아니라 수십억 원 단위의 후원 의사가 있는 서브 스폰서를 찾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2월 금융회사 등 3개 회사와 총액 40억 원 규모의 서브 스폰서 계약에 잠정 합의했고 서브 스폰서 추가 확보를 위해 지금도 뛰고 있다.

그러나 서브 스폰서들도 주력 후원사가 정해진 뒤라야 실질적으로 후원을 시작한다. 이 때문에 히어로즈로서는 메인 스폰서 계약에 구단의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히어로즈 측은 “메인 스폰서 계약과 관련해 접촉 중인 곳이 있지만 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곤란하다”면서도 “조만간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히어로즈 측은 “1년 단위로 메인 스폰서를 바꾸면 해마다 팀 이름도 따라 바뀌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며 “최소한 2, 3년 이상 안정적으로 후원할 기업을 찾다 보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메인 스폰서를 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야구발전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 한양대 교수(스포츠산업학과)는 “스폰서를 구할 때는 구단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히어로즈는 보통 사람 시구 행사 등으로 구단 이미지는 좋다. 하지만 나머지 7개 구단에 비해 브랜드 가치가 높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메인 스폰서 없이 여러 회사의 서브 스폰서 체제로 방향을 돌리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각 구단 1년 살림비용 200억∼250억▼

평균 100억∼150억 적자

프로야구단의 1년 살림에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에 따르면 구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연간 운영비로 200억∼250억 원이 쓰인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선수 연봉. 한국시리즈를 2연패한 SK는 연봉 총액(신인 및 외국인 선수 제외)이 54억13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히어로즈가 35억3000만 원으로 가장 적다.

각 구단이 경기장 입장료와 TV 중계권료 등으로 올리는 수입은 아무리 많아도 100억 원을 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해마다 100억∼150억 원의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히어로즈를 제외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7개 구단은 모기업과 계열사로부터 광고비 형식으로 거액의 돈을 지원받아 장부상의 적자폭은 훨씬 줄어든다. SK 구단 지분 99.99%를 갖고 있는 SK텔레콤이 지난해 광고비 형식으로 지원한 돈은 210억 원. 롯데도 계열사인 대홍기획으로부터 126억 원을 광고비 형식으로 지원받았다. 야구단의 적자를 모기업과 계열사들이 메워주는 셈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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