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 AFC 챔스리그 조별리그가 남긴 숙제

  • 입력 2009년 5월 21일 08시 25분


예선 최종전 승부조작 무방비 노출

32개 클럽 출전으로 확대 개편된 2009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아시아클럽선수권으로 태동한 이 대회는 올해부터 우승상금 150만 달러(21억원)이 걸린 매머드급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20일 조별예선을 마친 가운데 흥미진진했던 필드 위 스토리와는 달리 여러 가지 문제점도 함께 낳아 아쉬움을 남겼다.

○K리그 클럽, 1강-1중-2약?

총 4장의 출전권을 얻은 K리그. 전년도 챔피언 수원 삼성과 2위 FC서울, 3위 울산 현대, FA컵 우승 팀 포항 스틸러스가 출전해 치열한 예선 라운드를 거쳤다. 그러나 제대로 성과를 올린 팀은 포항 뿐. 무패(3승3무)로 조별리그를 마친 포항은 H조 예선 5라운드 센트럴 코스트(호주)전에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고,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원정에서 이겨 조 1위에 올랐다.

일본 원정에서 승점 3을 확보한 유일한 K리그 팀이다. 반면, 가장 기대를 모은 수원은 초반 좋은 흐름에도 불구, 예선 5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원정전에서 0-3으로 대패해 ‘약체’ 싱가포르 암드 포스와 최종전에서 어렵게 티켓을 땄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팀의 용병 활약이다. 데닐손(포항)은 센트럴전 해트트릭과 가와사키전 1골로 4득점을 올렸고, 리웨이펑(수원)도 2골을 넣는 등 제 몫을 해냈다. 한편, 울산과 서울은 K리그 상위권답지 않게 조별리그 내내 답답한 행보를 보였다.

○운영도, 흥행도 모두 낙제점

예선 최종전 시간대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 등 대회 운영에서 미흡한 점이 여럿 발견됐다. 16강 진출이 걸린 데다 ‘승부조작’ 등 불미스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마지막 경기는 동시간대에 열려야 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 하지만 AFC는 제 입맛에 맞는 일정을 짰다. 결국 2위 다툼을 하던 한 팀이 경기를 끝내고 타 팀의 결과를 숙소로 돌아간 뒤 확인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중계방송이 원인이다. 대회 전, AFC는 참가팀(홈 기준)에 희망 시간을 전달받았으나, 통보한 것은 방송 중계에 맞춘 시간대였다. 한 예로 포항은 5일 센트럴 코스트와 5차전을 관중 동원 등의 이유로 오후 3시 킥오프를 원했지만 AFC의 최종 결정은 오후 1시였다. 당시 포항 관계자는 “간혹 정오에 여는 프리미어리그도 아니고 국내에서 이른 킥오프는 관전 문화를 고려치 않는 최악의 결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고 관중몰이가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중계와는 관계없이 스탠드는 텅 비었다. 모 구단 단장은 “흥행에서 최악이다. 비행편도 거의 없는 먼 원정을 다녀와 국내 리그 일정을 2-3일 간격으로 소화하려니 경기력도 떨어지고, 재미없는 내용이 반복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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