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반갑다 로마…꼼짝마 메시”

  • 입력 2009년 5월 22일 08시 16분


챔피언스 리그 결승 결전의 장소… 작년 8강원정서 기막힌 AS 인연

인간은 누구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추억을 먹고 사는 것이 곧 인생이기도 하다. ‘산소 탱크’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별들의 잔치’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는 어떤 추억으로 다가올까. 적어도 올해 챔스리그 결승 상대인 바르셀로나(스페인)와 결승 장소인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픽스타디움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울러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인 리오넬 메시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가득하다.

박지성은 지난해 로마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AS로마와의 챔스리그 8강 1차전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후반 21분 웨스 브라운이 올린 크로스를 박지성이 상대 왼쪽 골라인 근처까지 달려가 헤딩으로 방향을 틀며 루니에게 연결했고, 이것이 골이 됐다. 원정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로마에서의 공격 포인트는 올 해 결승을 앞둔 박지성에게 엄청난 힘이 될 전망이다.

맨유는 지난해 챔스리그 4강에서 바르셀로나와 격돌한 바 있는데, 당시 1차전 원정에서 0-0, 2차전 홈에서 1-0으로 이겼다. 2경기 모두 90분 풀타임을 뛴 박지성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박지성은 지치지 않는 활동으로 상대의 키 플레이어 메시를 꽁꽁 묶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된 바 있다. 물론 이번에도 메시와의 일전은 피할 수 없다.

21일 새벽(한국시간), 캐링턴 연습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박지성은 예상대로 메시를 언급했다. 바르셀로나 선수 중 가장 위협적인 선수를 묻는 질문에 그는 “메시”라면서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달리 생각하면 창과 방패의 싸움을 앞두고 이번에도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아픈 추억도 그는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지난 해 결승에서 후보 선수 명단에조차 오르지 못했을 때를 떠올리면서 “결승전에 뛰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매우 아쉽고 실망스러웠다”고 당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경기에 투입될지 안 될지는 당일이 돼봐야 아는 것이다. 그때까지 연습에서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는 박지성이 이번 결승에서는 어떤 추억을 남기게 될까.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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