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인 SK 김성근 감독조차 24일 두산전에 앞서 “김경문 감독이 참 선수를 잘 키운다”라고 탄복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이 예로 든 선수가 신인 외야수 정수빈(19·사진)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22-23일 SK는 정수빈에게 내리 홈런을 맞고, 뼈아픈 연패를 당했다.
김 감독이 “교통사고”라고 비유할 정도로 의외의 일격이어서 더 아팠을 터. 유신고를 졸업하고 두산의 2차 지명(계약금 6000만원)을 받은 정수빈은 고교 1학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찰 만큼 소질이 있었다. 고교 통산 6홈런을 기록했는데, 이 중 4개가 그라운드 홈런일 정도로 발이 빠르다. 나머지 두 방은 성남시장배 때 작은 야구장에서 쳐낸 것이다.
이런 정수빈이 문학구장에서 이틀 연속 홈런을 터뜨리는 ‘작은 반란’을 일으켰다. 22일 연장 12회 베테랑 좌완 가득염 상대로 좌월 쐐기 2점홈런을 터뜨려 4-2 승리에 기여했고, 23일엔 역시 좌완인 전병두 상대로 5회 결승 우월 1점홈런을 작렬,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25일 역시 1번타자로 포진한 정수빈은 4회 좌완 정우람 상대로 중월 1타점 3루타까지 보탰다. 두산은 5-2로 완승했고, 3연승으로 SK를 승률에서 제치고, 2007년 6월19일 이래 705일 만에 단독 1위로 뛰어올랐다.
사흘 연속 SK가 좌완 선발을 냈지만 좌타자임에도 선발 출장, 프로 데뷔 1호 홈런과 연속경기 홈런, 쐐기 3루타를 쏟아낸 정수빈은 “좌투수가 계속 나와 오히려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수빈 어린이’란 애칭대로 해맑은 동안이지만 경기 전 인터뷰 때 선배들이 어떻게 볼까 어려워 일부러 덕아웃 뒤에 가서 얘기를 할 정도로 속도 깊다.
정수빈은 “‘4타석 중 한 번은 맞겠지’란 생각으로 자신 있게 스윙한 것이 장타로 이어졌다. SK란 강팀을 상대로 1-2위 싸움을 벌인 중요한 시점에서 활약을 펼쳐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김 감독은 미야자키 캠프 때부터 정수빈과 함께 이용찬을 ‘홍보’했는데 이용찬 역시 3경기에서 2세이브를 거뒀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관련기사]이진영 “4cm 찢어진건 부상 축에도 못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