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대전 김호 감독은 “오늘 경기를 잘 보라고. 권집과 고창현을 많이 올려 공격적으로 나갈테니”라며 서울과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했다. 수비보다는 공격 쪽에 무게 중심을 둬야 좋은 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백전노장인 김 감독다운 발언이었다. 그동안 대전에서 양 팀은 3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기에, 김 감독은 이날 어떻게든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하지만 공격 성향의 전술 패턴은 상대에게 많은 공간을 허용하게 마련이다. 한 순간에 수비 조직력이 무너질 우려도 있다. 서울은 이것을 꿰뚫었다.
대전의 수비벽을 일순간에 무너뜨린 주인공은 서울의 스트라이커 데얀(28). 90분 내내 지치지 않고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진을 괴롭힌 데얀은 이날 2골을 터뜨리며 지난 해 득점 2위(15골)다운 위용을 과시했다.
선제골은 전반 34분 이청용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강한 슛으로 차 넣었고, 상대가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후반 14분 대전 수비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문전에서 강력한 왼발 슛으로 쐐기를 박았다. 이날 총 7번의 슛 중 2번을 적중시키며 서울에 귀중한 승점 3을 보탰다.
데얀은 최근 완전히 물오른 골 감각을 보여주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16일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데 이어 20일 원정으로 벌어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최종 감바 오사카전에서도 0-1로 뒤진 상황에서 귀중한 동점골을 작렬,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3경기 연속골이자 정규리그 5호로 선두(6골)를 바짝 추격하며 빠른 득점 레이스를 펼치는 중이다.
결승골의 주인공답지 않게 담담한 표정의 데얀은 “골을 넣은 것 보다 더 기분 좋은 것은 전북과 광주 등 선두권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체력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문제가 전혀 없다며 앞으로 더 좋은 페이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정규리그든 챔스리그든 FA컵이든 모두가 다 중요하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은 골을 많이 넣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팀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데얀의 페이스가 올라오면서 서울의 순위도 비례하고 있다.
대전|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사진ㅣ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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