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골퍼’ 서아람(36)은 24일 TV로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19세 동갑내기 라이벌 유소연과 최혜용이 9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국내 여자프로골프에서 서아람은 최다 연장 승리 기록 보유자다. 1997년 8월 중부CC에서 열린 동일레나운클래식에서 11번째 연장 끝에 강수연을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당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응원하던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 아예 그린 근처에만 계셨어요. 중계방송사는 테이프가 동이 날 정도였죠. 수연이가 18번홀에서 3퍼트 보기를 해 결국 이겼죠.” 서아람의 이 기록은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의 10홀 연장 기록도 뛰어넘는다.
필드뿐 아니라 올 상반기 국내 스포츠 현장에서는 유난히 피 말리는 연장전이 쏟아지고 있다. 프로농구에서는 1월 21일 동부와 삼성이 사상 첫 5차 연장의 격전을 치렀다. 평소 1시간 40분 정도면 끝나던 경기가 3시간 17분 58초 동안 진행되며 양 팀 합산 최다 득점(267점), 역대 최다 파울(73개) 및 퇴장 선수(8명) 등 숱한 기록을 쏟아냈다. 한국농구연맹은 기념 농구공까지 만들었다. 미국프로농구에서는 1951년 인디애나폴리스 올림피언스가 로체스터 로열스를 맞아 6차 연장 끝에 75-73으로 이겼다. 당시에는 공격 제한시간이 없었기에 ‘선수들이 졸면서 걸어다닌 것 같았다’란 평가를 받았다.
프로야구에서는 21일 LG와 KIA가 역대 최장인 5시간 58분의 ‘무박 2일’ 혈투 끝에 13-13 무승부를 기록해 헛심만 쓴 꼴이 됐다. 오후 6시 31분 시작된 경기는 다음 날 0시 29분에야 종료 벨이 울렸다. 무승부 없이 무제한 연장제도를 실시한 지난해에는 두산이 사상 최장인 18회 연장 끝에 싱거운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화에 1-0 승리를 거뒀다. 이때 소요시간은 5시간 51분이었다.
연장전 속출은 선수 또는 팀들의 기량이 평준화되고 뒷심이 강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체력이 고갈되기 마련인 연장전에서는 정신력이 승부를 결정짓기 마련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연장전 통산 전적이 11승 1패로 강한 면모를 보인다. 유소연은 “혜용이에게 지난해 신인상을 빼앗겨 이번에는 절대 지고 싶지 않아 독기를 품었다”고 털어놓았다. 보는 사람에게는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피를 마르게 하는 연장전. 스포츠 관전의 또 다른 묘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