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28)은 25일(이하 한국시간) 헐시티와의 2008-2009 프리미어리그 최종전 원정경기에 결장했다(맨유의 1-0 승). 박지성 뿐 아니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등 주력들이 모두 18명의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28일 오전 3시45분 이탈리아 로마에서 벌어질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주전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기 위한 포석이었다. 결국 아시아 선수 최초의 챔스 리그 결승전 출장이 무르익고 있었다는 의미. 지금까지 아시아 선수로는 이란의 알리 다에이가 바이에른 뮌헨(독일) 소속이던 1998-99시즌 맨유와 챔스리그 결승 때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뿐 직접 뛰지는 못했다.
프리미어리그를 끝낸 맨유는 25일 오후 캐링턴 훈련구장에서 팀 훈련을 가진 뒤, 전세기 편으로 결전의 장소인 로마에 26일 새벽 도착했다. 박지성으로는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맨유 구단이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의 출전에 대한 낙관적인 기사를 전해 눈길을 끈다. 제목은 ‘두 번째 기회’(A Second Chance). 박지성의 결승전 출전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담겨있다. 더 이상 지난 해 ‘모스크바의 악몽’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포하고 있다.
맨유 구단은 ‘지난해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제외시킨 것에 대해 일생의 가장 힘든 결정’이라고 밝히면서 박지성은 평생의 꿈인 챔스리그 결승전 출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담담했다. 박지성은 “이번 시즌은 내가 맨유에 입단한 후 최고의 해이다”면서도 “하지만 경기 시작 전까지는 내가 결승전에 나설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결승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할 생각”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결승전 출전이 확정된다면 박지성은 상대 공격수 리오넬 메시를 맡게 될 전망이다. 박지성은 “우리는 이미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와 경기를 치른 경험이 있다. 그 경기에서 우리는 매우 효과적으로 수비를 해냈었고, 따라서 우리는 메시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집중할 뿐이다”고 말했다.
일단 로마행 비행기에는 몸을 싣지만, 마지막 선택은 퍼거슨의 몫이다. 그가 과연 박지성 카드를 꺼내들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