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화제 중 끝장승부나 더블헤더, 시즌 중에 폐지된 월요일 경기 등은 뭔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한마디로 힘든 경기, 어려운 일정이라는 것이다. 현장 관계자들도 약간씩의 의견 차이가 있지만 이 같은 제도에 어느 정도의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스포츠 중 가장 경기수가 많은 프로야구인지라 선수들도 힘들 수밖에 없다. 또한 선수들의 피로가 가중돼 제대로 된 기량을 펼치기 어렵고 부상 위험도가 높아져 팬들에게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기 어렵다는 말들도 나온다.
하지만 다른 프로 종목과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 중의 하나가 거의 매일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라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올 시즌 유난히 연장전 등으로 당사자들인 팀이 당혹해 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속내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우선 올 시즌 다시 팀당 경기수가 늘어나 133경기를 치른다. 이 같은 경기수는 가까운 일본이나 메이저리그 경기수보다 적은 수치다. 비슷한 페넌트레이스 기간에 우리 경기수가 가장 적다. 물론 예전에는 더 적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다보니 한 경기에 모든 것을 다 건듯 짧든 길든 투수를 다 소진하는 것을 적지 않게 보게 된다. 특히 각 팀에서 믿을 만한 에이스 투수 몇몇을 제외하고는 조기 강판되는 사례는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우리가 아는 선발투수는 최소한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팀에 승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선수다. 현장에서는 그럴 만한 선수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다수의 감독은 “우리 팀 선수층이 두껍다”고 말하지 않는다.
결국 다들 비슷한 입장이라면 주어진 조건 내에서 흔히 말하는 ‘선수 키우기’를 해야 된다는 얘기다. 3회건 4회건 실점을 하기 시작하면 바로 내려가는 형태가 반복된다면 과연 5이닝, 6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내성을 갖춘 투수가 궁극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그런 선수가 나올 때까지 돌려막기를 할 수는 없다. 결국 이런 추세는 에이스 투수들과 불펜 투수들의 혹사로 이어진다. 이들의 몸 역시 부상의 위험에 강하게 노출돼 있다.
페넌트레이스는 마라톤이라고 한다. 진정코 그렇다면 마라톤에 맞는 페이스 조절로 선수도 보호하고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