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요? 아니 저보다 몇 수 위죠.”
LG 용병 페타지니(38)와 함께 그야말로 치열한 ‘4할 타율 전쟁’을 하고 있는 두산 김현수(21·사진). 그가 본 페타지니는 어떤 타자일까.
29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물었다. ‘페타지니와 김현수, 둘 중에 누가 더 좋은 타자냐고.’ 지체없이 답이 돌아왔다. “‘페타 신’을 제가 감히 어떻게 쫓아가요?” 김현수는 농담 삼아 페타지니를 ‘페타 신’으로 부르며 자신이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상대라는 듯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한 수 위냐’고 물었더니 “나보다 몇 수 위일 것”이라고 했다.
그가 밝힌 주된 이유는 페타지니의 경우 자신의 존에 들어오는 볼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점. 김현수는 “나도 어느 코스에 들어오면 잘 칠 수 있는 나만의 존이 있다. 페타지니도 마찬가지인데, 페타지니는 그 공을 놓치는 법이 없다. 그런데 나는 가끔 아니 자주 내 존에 들어오는 볼도 놓친다”고 했다. 스윙 궤적 차이가 있지만 페타지니는 ‘자신의 존’에 들어오는 볼을 실수 없이 안타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보다 월등하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덧붙였다. “페타지니는 또 흘러가는 스윙이 없다.” 쓸데없이 볼에 손이 나가지도 않고, 어떤 구질이든 언제나 자신의 스윙폼과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타격을 한다는 뜻. 그만큼 선구안도 좋고, 한국생활 2년째를 맞으면서 국내 투수들의 패턴과 볼배합에도 익숙해졌다는 게 김현수의 평가였다. 김현수는 “페타지니가 일본을 평정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며 “어렸을 때 야구게임을 하면서 페타지니 이름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그러면서 페타지니의 수준에 대해 “동주 선배와 비슷하다”며 팀 선배 김동주(34)을 떠올린 뒤 두 사람의 차이점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나라도 페타지니보다는 동주 선배를 무서워 할 것이고 실제 우리 투수들도 그렇다. 투수들이 페타지니에겐 종종 몸쪽 승부를 하지만 동주 선배에겐 그런 볼을 절대 주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상대 투수에게 주는 위압감은 페타지니보다 김동주가 훨씬 크다는 말이었다.
김현수는 마지막으로 ‘시즌 끝까지 4할을 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일부러 의식하지도 않고, 욕심내지도 않고 최선을 다하겠지만…”이라면서 “절대 못 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대전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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