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즌이 끝날 즈음, 두산 김경문 감독이 이용찬(20)을 새로운 마무리로 점찍었음을 내비쳤을 당시. 적잖은 이들은 반신반의하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2007년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지만 고교 때 명성과 달리 프로에선 별다르게 보여준 게 없었고, 거기에 수술 전력까지 있었던 터. 그러나 김 감독의 선택은 맞아떨어졌고, 이는 ‘구원 지존’ 삼성 오승환(14세이브)을 위협하고 있는 이용찬의 현 성적이 명확하게 확인시켜 준다.
이용찬이 세이브를 추가, 오승환을 위협하고 있다. 이용찬은 29일 3-1로 앞선 대전 한화전 9회에 등판,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팀 승리를 또 한번 지켜냈다. 올 시즌 19게임 등판에서 벌써 12세이브(1패)째.
첫 타자 디아즈에게 3루 깊숙한 내야안타를 얻어맞는 등 2안타를 맞고 2사 1·3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벼랑에 몰리고도 얼굴 표정엔 전혀 변화가 없었고 결국 마지막 타자 이여상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게임을 끝냈다.
경기 전 지난 주말 선두 SK와의 문학 3연전에서 2세이브를 챙긴 걸 떠올리자 “많은 도움이 됐다. 시즌 초반만 해도 1점차에서 올라가면 많이 떨리기도 하고 움츠러들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게 없는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던 그였지만 경기 후 만난 그는 그렇게 표정이 밝지 않았다. 안타를 맞은 것도 그렇지만 밸런스가 좋지 않아 볼이 높았던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
게임이 끝나자마자 윤석환 투수코치에게 ‘한 소리’ 들은 그는 “부족한게 있으면 매번 고쳐나가야 한다”면서 “그래도 요즘 너무 재미가 있다”고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아직까지 세이브왕 같은 것에 욕심 낼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욕심 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라면서 “내 역할에만 충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를 마무리로 기용, 올 시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김 감독은 “용찬이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라고 할 정도로 어린 친구가 큰 힘이 되고 있다”면서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전|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