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 벌써 5승… 심수창이 강해졌다

  • 입력 2009년 5월 30일 08시 29분


얼굴만 잘 생긴 게 아니라 야구도 잘 한다. 실력보다 외모로 더 유명했던 LG 차세대 에이스 심수창(28·사진). 그가 소리 없이 팀 마운드를 떠받치고 있다.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을 소화하면서 벌써 5승(3패·방어율 3.64)으로 팀 내 최다승. 경기 평균 6.4이닝을 던지면서 ‘이닝 이터’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주니치 캠프에서 익힌 투심이 주효

지난 겨울 두 달 간 참가했던 일본 주니치 캠프가 전환점이었다. 참가 선수들이 “죽을 뻔 했다”고 토로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 심수창은 “예년보다 훨씬 공을 많이 던졌고 더 많이 뛰었다”고 했다.

LG 김용수 2군 투수코치의 지도도 큰 도움이 됐다. 팔 스윙에는 변화를 주지 않되 구속만 3-4km 달라지는 투심 패스트볼을 마스터했다. “궤적이 싱커와 비슷해서 처음엔 다른 팀 전력분석원들이 싱커로 판단하기도 했다. 타이밍을 뺏는데 효과적인 것 같다”는 설명.

무엇보다 ‘힘을 빼고 던져야 한다’는 조언을 가슴에 새겼다. 스피드를 의식하지 않고 완급을 조절하는 법을 익혔다는 얘기다. 올 시즌 새로 부임한 일본인 다카하시 투수코치와 궁합이 잘 맞았던 건 더더욱 행운. 다카하시 코치는 심수창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완벽한 하체 밸런스를 찾도록 도왔다.

○심수창은 어떻게 ‘이닝 이터’가 됐나

지난해 심수창은 1·2군을 오가며 66.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선발로 나섰다가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건 단 두 번 뿐.

하지만 올해는 벌써 64.1이닝을 던졌다. LG 에이스 봉중근(75.1이닝)과 SK 에이스 김광현(71.2이닝)에 이어 최다이닝 투구 3위다.

22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8이닝 3실점으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심수창은 “빠른 카운트에서 공격적으로 승부하다보니 투구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 안타를 맞는다면 차라리 빨리 맞는 게 야수들을 위해서도 나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등판 전 불펜에서도 최소한의 투구만 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대한 공을 많이 던져야 어깨가 풀리는 스타일이었지만, 이제는 “용을 쓰지 않아도” 제 공을 던질 줄 알기에 불필요한 소모는 하지 않는다.

로테이션을 거른 적도 없다. 28일 사직 롯데전 등판을 이틀 앞두고 감기 몸살로 링거를 맞고 병원 신세까지 졌던 그는 기어코 마운드에 올라 팀의 연패를 끊는 호투(7이닝 3실점)를 펼쳤다. 늘 들쑥날쑥한 페이스가 문제였던 그가 ‘꾸준함’의 상징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

유일한 단점은 경기 후반에 실점이 잦다는 점이다.

심수창도 “꼭 3점씩을 내주는 게 아쉽다”면서 “경기 후반 들어 승부를 빨리 진행하려다 연속 안타를 맞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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