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첼시 감독이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히딩크가 이끄는 첼시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08-2009 잉글리시 FA컵 결승에서 디디에 드록바의 동점 헤딩골과 프랭크 람파드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첼시는 2007년 이후 2년 만에 정상을 탈환하며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의 기쁨을 누렸고,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무관의 한을 말끔히 털어냈다. 히딩크는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 시절부터 개인 통산 13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히딩크는 “우리는 리그와 챔스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결국 FA컵에서 우승했다. 열심히 싸워준 모든 선수들을 존경한다”고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
○스타급 휘어잡은 카리스마
히딩크가 첼시 사령탑에 오른 지 고작 3개월 남짓. 머문 기간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는 결코 적지 않은 발자취를 남겼다. 전임 스콜라리 감독 시절 첼시는 ‘감독이 포르투갈 출신 선수만 선호한다’는 루머가 나도는 등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히딩크가 특유의 카리스마로 쟁쟁한 스타급 선수들을 확실하게 쥐어 잡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데뷔전도 화려했다. 애스턴 빌라와의 27라운드 원정에서 1-0으로 승리, 1999년 3월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지던 원정 9경기 연속 무승 징크스를 끊어냈다. 히딩크는 승리한 후에도 “전반은 만족스러웠지만 이후 적어도 1-2골은 더 넣었어야 했다”며 선수들을 다그쳤고, 긴장을 늦추지 않은 첼시는 이후 정규리그 9승1무1패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는 막강 화력을 갖춘 ‘거함’ 바르셀로나를 맞아 1차전에서 극단적인 수비위주 전술로 득점 없이 비긴 뒤 2차전에서 예상외의 맹공을 퍼부으며 상대를 그로기 상태까지 몰고 갔다.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이 아니었다면 2년 연속 결승행도 가능했던 순간이었다.
○깜짝 전술 여전
선수 활용 능력과 상대 허를 찌르는 특유의 깜짝 전술도 여전했다. 첼시 간판 골잡이 드록바는 히딩크가 오기 전까지 시즌 22경기에 출전해 고작 3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러나 히딩크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완벽하게 부활, 이후 20경기에서 11골을 넣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줬다. 리버풀과의 챔스리그 8강 1차전에서는 부상당한 보싱와 대신 1군 경험이 거의 전무한 중앙수비수 이바노비치를 선발로 낙점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적중했다. 이바노비치는 0-1로 뒤지고 있을 때 머리로 연달아 2골을 터뜨리며 3-1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히딩크의 ‘마법’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러시아대표팀에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안겨주며 또 다른 신화를 창조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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