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대원(35)은 지난달 20일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정 이후 별명 하나가 생겼다. ‘괴력의 사나이’. 박영석 대장(46·골드윈코리아 이사)이 붙여줬다.
“이제껏 산을 타면서 국내외를 통틀어 (신)동민이 같은 애를 못 봤다. 8700m 높이에서 망치질을 쉼 없이 하며 올라가는데 정말 기가 찰 정도였다.” 박 대장의 얘기다.
○ 박영석 대장 뒤 이을 기대주 부상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신(新)루트를 작성하는 데 신 대원의 역할은 컸다. 신 대원은 4월 29일 2000m가 넘는 남서벽에 길을 낸 뒤 한국인으로선 사상 처음으로 서릉에 올랐다. 정상 공격 때도 앞장서서 길을 찾고, 등반을 이끌었다. 이번 원정대의 선봉이었던 셈이다.
그는 185cm, 74kg의 체격에 탁월한 등반 능력, 훌륭한 음식 솜씨까지 갖춘 원정대의 팔방미인이다.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이후 차세대 한국 산악을 이끌어갈 기대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좀 달랐다. “노멀 루트로 14좌에 오르는 속도 경쟁은 하고 싶지 않아요. 남들이 가보지 않은 힘든 길, 어려운 길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가 선택한 길은 거벽(巨壁)이다. 수천 m에 이르는 바위와 얼음벽에 매달려 몇날 며칠을 눈사태, 낙석과 견뎌야 하는 험난한 싸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3대 거벽 가운데 그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넘었다. 생애 첫 8000m 등정을 가장 힘겨운 코스로 이룬 것. 남은 곳은 안나푸르나 남벽과 로체 남벽이다. 숱한 사상자를 낸 난코스다. “남들이 밟아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겠죠.”
○ 10세 연상 산악인 아내가 든든한 후원자
그는 열 살 연상의 아내 조순희 씨(45), 아들 호준 군(6)과 서울 신림동에서 살고 있다. 조 씨도 산악인 출신으로 2001년 네팔 푸모리 동벽 원정 때 만나 결혼했다. 아내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아내가 가지 말라고는 안하는 대신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보내주겠다’고 으름장을 놔요.” 그 때문에 신 대원은 원정을 앞두고 하루 4시간가량 꾸준히 운동한다. 담배는 원래 피우지 않고, 원정 기간에는 금주한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산을 왜 타느냐고 했더니 그는 ‘체질’이라고 답했다.
“산에서 내려와 몇 달을 도시에서 지내면 저도 모르게 시름시름 앓아요. 이유는 모르죠. 하지만 다시 산에 가면 마음이 편해져요. 약도 없으니 산에 계속 올라야죠.(웃음)”
그를 비롯한 박영석 원정대는 1일 귀국했다. 이달 중순 원정 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신동민은 누구:
△1974년 5월 13일 제주 출생 △2003년 대구대 심리학과 졸업(94학번) △1995년 알프스 3대 북벽 및 드류 등반 △2000년 에베레스트 북동릉 등반 △2001년 푸모리 동벽 등반 △2007년 로체 남벽 등반 △2008년 중국 쓰촨 성 희조봉 세계 초등 △2008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반 △2009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정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