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두바이 리포트] 철부지 영건, 출국장 돌출행동 ‘눈살’

  • 입력 2009년 6월 2일 08시 07분


대한축구협회 고위관계자들과 FC서울 소속 대표선수 3명이 출국하던 날인 5월 31일 인천국제공항. 협회 유영철 홍보국장은 일찌감치 나와 선수들과 다른 임원들을 기다렸다.

오후 11시 45분 출국하는 비행기로 떠나야하는 이들은 오후 10시쯤 수속 카운터에서 만나기로 했다. 협회 임원들이 모두 도착한 뒤 선수들이 한명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서울 선수 가운데 1명은 약속 시간 10여분이 지나서야 카운터에 나타났다.

선수 A를 기다리던 협회의 한 임원은 “우리가 선수들을 모시고 가는 입장인데 어쩔 수 있겠느냐”며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뒤늦게 나타난 선수는 수속을 마친 뒤에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느라 바빴다.

참다못한 한 임원은 “빨리 들어가자”며 재촉했지만 A는 팬들에 둘러싸인 채 대답도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선수를 챙겨 출국 수속을 위해 들어서는 협회 관계자들의 표정이 좋을 리 없었다.

A를 놓고는 요즘 말이 많다. 해외진출 때문에 마음이 소속팀에서 떠났다는 등 여러 가지 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던 A는 이번 시즌에는 성적이 지난해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명의 스타들이 떴다가 지기를 반복했다. 계속해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자신의 가치를 최고로 만들어왔다.

반면 자기 관리에 실패한 선수들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뒤늦게 재기를 위한 몸부림을 쳤지만 결국 실패한 선수들이 많다.

이날 A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단순히 약속시간에 10분여 늦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이제 20대 초반인 그는 이미 자신이 최고의 스타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어 주변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협회 관계자들이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입맛은 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두바이(UAE)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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