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매너와 에티켓
이재용→비즈니스 수단
삼성 오너 3대(三代)의 특징을 비교한 얘기가 재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이건희 전 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서로 다른 골프관(觀)이 대표적이다.
2일 삼성 및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창업주는 골프를 ‘자신과의 싸움’으로 여긴 반면 이 전 회장은 ‘매너와 에티켓의 스포츠’로 정의했다. 국제 경험이 많은 이 전무는 골프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 창업주와 골프 라운드를 즐겼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호암(이 창업주의 호)이 승부에 임하는 자세는 골프를 칠 때 드러난다”며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던 것에 대해 스스로 용인을 못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란 이 창업주의 골프관이 그대로 묻어나는 설명인 셈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전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新)경영을 선언한 뒤 야구, 럭비와 함께 골프를 ‘삼성의 3대 스포츠’로 지정했다. 그는 “심판이 안 따라다니는 골프에서는 에티켓과 매너, 그리고 자율을 배워라”라고 강조하곤 했다. 이 전무는 골프에 무거운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글로벌 주요 고객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일종의 수단(tool)으로 보는 실용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삼성 관계자들은 전했다. 삼성 특검 재판이 진행 중이던 올 2월 미국에서 개막된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골프대회에 출전하려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삼성의 참모들은 골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전전긍긍했지만 이 전무는 “주요 고객사의 (참석)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