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준우승 끝 우승 별러
테니스 역사에서 시기에 상관없이 4대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차지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남자 선수는 5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1970년대 이후에는 앤드리 애거시(미국)가 1999년에 달성한 게 유일하다. 특히 애거시는 코트 표면이 서로 다른 코트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모두 따냈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호주오픈과 US오픈은 하드코트, 프랑스오픈은 클레이코트, 윔블던은 잔디코트에서 치러진다.
코트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플레이 스타일이 따로 있기에 팔방미인에게만 허락되는 그랜드슬램의 영광은 쉽게 넘볼 수 없다. 메이저 최다 우승(14회) 기록에 빛나는 피트 샘프러스(미국) 역시 파리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 끝내 정상에 오르지 못한 채 은퇴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데러(스위스)도 메이저 대회에서 13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었지만 프랑스오픈과는 인연이 멀었다. 클레이코트의 제왕이라는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벽에 막혀 최근 3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며 눈물까지 쏟았다.
그런 페데러가 올해 3전 4기의 기회를 맞았다. 나달이 16강전에서 탈락해 정상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나달의 탈락에 힘을 얻은 듯 세계 2위 페데러는 16강전에서 세계 63위 토미 하스(독일)에게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합류했다. 페데러는 3일 세계 6위 앤디 로딕(미국)을 무너뜨린 세계 10위 가엘 몽피스(프랑스)와 4강 진출을 다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