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성적에 따라 울고 웃는다. 성적 부진이나 구단과의 갈등이 깊어지면 짐을 싸야 한다. 3년 사이에 두 차례나 경질된 감독도 있다.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43·사진). 새 팀에 둥지를 튼 그를 지난달 28일 경기 용인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만났다.
체육관 문을 열자 황 감독과 라이트 공격수 박경낭이 눈에 들어왔다.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는 모양새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스승과 제자처럼 보였다.
“선수들은 상견례를 할 때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어요. 제가 무섭다는 소문을 들은 모양이에요. 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
황 감독이 현대건설에 부임한 건 지난달 15일. 하지만 그와 선수들 사이에 서먹함은 없었다. 선수들은 훈련을 할 때나 쉴 때 스스럼없이 황 감독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지도자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시작은 좋았다. 2002년 흥국생명 코치로 입단해 이듬해 감독으로 승격됐다. 하지만 2006년 시즌 중 ‘우승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2007년 시즌에 감독으로 복귀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지난해 말 또 해임됐다. 선수 기용과 관련해 구단과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다시 프로배구판에 돌아왔다. 지난 3년간 절정과 추락을 여러 번 맞본 셈이다.
“누구에게나 굴곡은 있다고 하는데 저는 조금 많네요. 한때 배구를 때려치우고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내가 아는 건 배구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다시 배구공을 잡기로 했죠.”
자신이 이끌던 흥국생명이 올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을 때 황 감독은 현장에 없었다. 일부러 자리를 피했다. 그 대신 우승 뒤 선수들의 축하 전화를 받았다. “흥국생명 경기는 보지 않았어요.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죠. 경기장을 가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저나 선수들이나 얼굴을 마주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였죠.”
자신을 두 번이나 내친 흥국생명에 대한 감정은 복잡했다.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흥국생명에서 경질된 뒤 고교 감독으로 가라고 할 때 이건 아니다 생각했어요. 다른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죠. 흥국생명에서 다시 불러준다면 이젠 가지 않을 겁니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원한다면 마음이 흔들릴지 모르겠지만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죠.”
황 감독에 대한 배구판의 평가는 ‘날카롭고 거친 사령탑’이다.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도 다른 감독보다 거세다. 그래서 ‘싸움꾼’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그도 이런 얘기를 잘 알고 있다.
“저는 기가 센 편이에요. 남들과 부딪칠 걸 알면서도 내 생각을 밀고 나갑니다. 누군가 저를 보고 일방통행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돼요.”
현대건설은 2007∼2008시즌 최하위, 지난 시즌은 4위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의 우승을 이끈 김연경(JT 마베라스) 같은 거포는 없다. 하지만 황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우리 팀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재목이 많아요. 좀 더 노력한다면 우승도 노릴 만합니다. 제가 있는 동안 꼭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두고 보세요.” 그의 눈빛이 매서웠다.
:황현주 감독은 누구?:
△생년월일=1966년 4월 20일 △출신교=진주 동명중고-서울시립대 졸업 △배구 입문=하동 악양초 3년 △경력=1985∼86년 서울시청, 1987∼1992년 LG화재 선수, 1994년 대신고 코치, 1995∼1998년 LG정유 코치, 1998년 한일전산여고 감독, 1999∼2001년 LG화재 코치, 2002∼2003년 흥국생명 코치, 2003∼2006년 2월 흥국생명 감독, 2006년 12월∼2008년 12월 흥국생명 감독, 2009년 5월∼ 현대건설 감독
용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