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감위 “베팅 상한액 관리 필요”
스포츠토토 “실명 노출 사생활 침해”
국무총리실 직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현금으로 베팅하는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에 전자카드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스포츠토토 측이 반발하고 있다. 전자카드제가 시행되면 구매자들이 베팅 상한액을 지키게 돼 사행성이 낮아진다는 게 사감위의 주장. 그러나 이 경우 구매자의 실명이 사실상 노출돼 매출이 급감한다는 게 스포츠토토 측의 반론이다. 스포츠토토의 매출이 줄면 수익금으로 조성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기금도 감소할 수밖에 없어 국내 스포츠계가 위축된다는 이유를 들어 스포츠토토 측은 전자카드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첨예하게 엇갈리는 양측의 주장을 사안별로 정리했다.
○로또는 왜 빠졌나? 차별 규제 논란
▽스포츠토토=전자카드제 도입 대상에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토토가 포함됐는데 로또는 빠졌다. 거의 같은 발매 시스템을 가진 로또와 토토가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매출 규모가 더 큰 로또는 사행성면에서도 당연히 우위를 차지한다고 본다. 로또만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지난해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도 토토의 사행성(3.4)이 로또(9)보다 낮게 나왔다.
▽사감위=로또와 토토는 발매 시스템 같은 외형은 비슷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사행산업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로또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사람은 70%가 넘지만 토토는 12% 정도였다. 로또는 많은 사람이 소액으로 즐기지만 토토는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이 고액 베팅을 하는 것으로 로또보다 사행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로또에 전자카드제를 도입하면 사실상 성인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결과가 초래돼 제외한 것이다.
○매출 총액 규제에 이은 이중 규제 논란
▽스포츠토토=사감위는 올해부터 경마, 경륜, 경정, 로또, 토토에 대해 연매출 총액을 제한했다. 토토는 연매출 총액이 1조5277억 원으로 제한됐다. 따라서 굳이 전자카드제 같은 규제를 따로 도입하지 않더라도 사행성이 더 심해질 우려가 거의 없다. 게다가 경마, 경륜, 경정, 로또는 어느 정도 성장세가 멈춘 상태에서 매출 총액을 규제한 것이지만 토토는 한창 성장 중인 때에 규제를 받은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 크다.
▽사감위=매출 총액 규제와 전자카드제 도입은 별개로 봐야 한다. 매출 총액을 제한한 것은 해당 산업의 규모에 제한을 가한 것으로 거시적 차원의 규제다. 사행산업의 급성장세에 브레이크를 거는 정도로 보면 된다. 그러나 매출 총액 제한으로는 국민의 도박 중독이나 상한액을 초과한 베팅을 막을 수 없다. 토토 시장이 더 성장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고 매출 총액도 충분히 반영했다. 더 많은 사람이 소액 베팅으로 토토를 즐기게 되면 매출 총액을 얼마든지 다시 늘릴 수 있다.
○개인 정보 유출 논란
▽스포츠토토=전자카드제 도입 목적이 베팅 상한액 준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인 만큼 전자카드에는 어떤 식으로든 개인 정보가 담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명화는 불가피하다. 사감위 측이 전자카드의 중복 발급은 안 된다고 밝힌 것도 실명화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전자카드에 담긴 개인 정보가 스포츠토토 판매점 등을 통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사감위가 내놔야 한다.
▽사감위=이용자의 베팅 한도를 확인하면서 실명이 드러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인 정보를 담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자카드를 중복 발급하면 제도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 전자카드에 담기는 최소한의 정보도 암호화하는 등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국가 체육 재정 부족 논란
▽스포츠토토=토토가 시작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성된 국민체육진흥기금이 1조1628억 원이나 된다. 2003년부터 국고 지원금보다 많아진 국민체육진흥기금은 국가 체육 재정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자카드제 도입에 따라 예상되는 매출 감소액을 감안하면 연간 1500억 원의 기금이 줄 것으로 보인다.
▽사감위=그동안 열렸던 공청회 등을 통해 스포츠토토 측이 의견을 제시할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매출 총액 규제와는 달리 전자카드제는 사업자들이 판매 현장에서 시스템을 도입해야 시행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감위가 사업자들의 협조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토토 사업 위탁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 사업자인 스포츠토토㈜가 그동안 가만히 있다 뒤늦게 국가 체육 재정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스타모임 ‘함께하는 사람들’ 전자카드제 반대 성명▼
배구 국가대표 출신인 장윤창 경기대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는 스포츠 스타 모임 ‘함께하는 사람들’은 3일 성명을 내고 스포츠토토 전자카드제 도입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함께하는 사람들은 성명서를 통해 “스포츠토토 수익금에서 마련된 기금은 후배 체육인들에게 젖줄과 같은 역할을 해 왔다”며 “전자카드제 도입은 토토 수익금 감소로 이어져 결국 한국 스포츠 지원 인프라를 붕괴시키는 처사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