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투수 장원삼은 3일 대구 삼성전 선발등판을 앞두고 바지 속으로 뭔가를 집어넣고 있었다. 바로 ‘낭심 보호대’였다. 낭심 보호대는 보통 파울타구에 급소를 맞을 가능성이 높은 포수들이 착용하지만 최근 내야수와 투수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투수가 낭심보호대를 착용하는 이유
이날 경기를 치른 히어로즈와 삼성 투수 중에는 장원삼을 비롯해 황두성과 정현욱 등 3명만 경기 전 낭심 보호대를 착용한 뒤 경기에 나선다. 따라서 아직 국내 프로야구 투수 대부분은 낭심 보호대 착용을 꺼리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과거에 비해 점차 착용 선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감독이나 코치들은 투수는 물론 내야수들에게 낭심 보호대의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투수와 내야수는 총알처럼 빠르고 강한 타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야수 중에서는 ‘핫코너’를 지키는 1루수와 3루수가 주로 착용하며, 한화 김민재는 유격수지만 보호대를 사용한다.
장원삼이 낭심 보호대를 착용하기 시작한 것은 입단 2년째인 2007년부터. 그는 “2007시즌 중에 정민태, 박준수 선배가 이틀 연속 그곳에 타구를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보호대를 착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적응이 되니 이젠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하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히어로즈 마일영은 “난 투구 후 수비동작이 빠르지 않느냐”며 너스레를 떨면서 “아직은 불편해서 사용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투수의 낭심보호대 착용 역사와 장점
히어로즈 브룸바는 “미국에서는 투수와 내야수는 대부분 보호대를 찬다”고 밝혔다. 일본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2000년대부터 투수들이 서서히 낭심 보호대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80년대에도 보호대를 착용하는 투수가 있었다. 바로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김일융(현 스포츠동아 일본통신원)이 84년 한국무대에 오면서 자신이 착용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삼성투수 중에는 나하고 김일융만 착용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습관이 되니 나중에는 안 하면 오히려 불안했다. 삼각팬티를 입던 사람이 사각팬티를 처음 입으면 어색하듯 적응의 차이다”고 말했다.
낭심 보호대도 세월이 흐르면서 형태가 달라졌다. 장원삼이 착용한 것은 컵 모양으로 타이트한 슬라이딩 팬티 속에 집어넣기만 하면 될 정도로 간편하다. 김 감독이 사용한 것은 고무끈이 달린 것으로 씨름의 샅바와 비슷하게 양쪽 엉덩이 밑을 받쳐주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고무줄이 엉덩이를 감싸주는 역할을 해 투구를 할 때 이점이 있었다”면서 “요즘 야구선수들은 모두 하체를 단단하게 조여주는 파워팬티를 입는데 이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