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낭만항해? 전쟁같은 지옥항해!

  • 입력 2009년 6월 5일 03시 00분


파도를 가르며…4일 경기 화성시 전곡항 앞바다에서 열린 2009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에 참가한 팀들이 물살을 가르며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세일뉴질랜드
파도를 가르며…
4일 경기 화성시 전곡항 앞바다에서 열린 2009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에 참가한 팀들이 물살을 가르며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세일뉴질랜드
마티외 리샤르 팀(프랑스) 선수들이 피터 길모어 팀(호주)을 앞지르기 위해 요트 양 옆을 수시로 오가며 돛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사진 제공 세일뉴질랜드
마티외 리샤르 팀(프랑스) 선수들이 피터 길모어 팀(호주)을 앞지르기 위해 요트 양 옆을 수시로 오가며 돛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사진 제공 세일뉴질랜드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한우신 기자 승선기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가 열린 4일 경기 화성시 전곡항. 멀리 바다 위로 요트 두 대가 한가로이 망망대해를 가르고 있다. 하얀 돛은 바람을 떠안거나 또는 내치면서 요트를 인도했다. 스키퍼(선장)는 반환점을 주시했고 4명의 크루는 요트 양 날개에 걸터앉았다. 바다와 바람 사이에서 물 찬 제비처럼 미끄럼을 타는 그 모습이 아주 멋있어 보였다. 기자도 망망대해를 즐기고자 양해를 얻어 요트에 올라탔다.

경기는 두 대의 요트가 반환점을 돌아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5명의 팀원 외에 한 명을 더 태운 요트는 불만을 가질 터. 따라서 ‘불청객’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 기자는 토바 미르스키(23·호주)가 이끄는 요트에 탔고 상대 파올로 시안(43·이탈리아) 팀에는 도야 도시오 일본요트매치레이스협회 회장(62)이 탔다. 마침 기자와 도야 회장의 몸무게가 비슷했기에 ‘협상’이 이뤄졌다.

요트에 오른 뒤 처음 가졌던 환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가로이 망망대해를 가르는’ 것은 그야말로 ‘멀리서 봐서’ 그런 것이었다. 경기 시작 15분 전 선수들은 분주하게 준비를 했다. 돛을 올리고 장비를 점검했다. 돛을 알맞게 조절하느라 돛의 아랫부분을 지지하는 활대는 쉴 새 없이 좌우를 오갔다. 바닷가에선 머리카락을 날릴 정도였던 바람은 바다 가운데로 나가자 몸 전체를 날릴 듯 강했다. 드디어 출발 깃발이 올라가고 경적이 울렸다. 기자가 탄 미르스키 팀이 약간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반환점을 두 번 도는 코스에서 출발선부터 반환점까지는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고 반환점을 돌아서는 뒤에서 바람을 맞으며 내려간다. 출발이 앞섰던 미르스키 팀은 돛 뒤로 빠져나가는 바람을 상대 팀 쪽으로 보내 속도를 못 내도록 했다. 맞바람을 피하기 위해 시안 팀은 요트를 좌우로 움직이며 안간힘을 썼다. 최대 승부처는 반환점. 규정상 앞선 보트는 뒤에 있는 보트가 돌 수 있는 공간을 주기 위해 반환점에서 멀리 있는 부표를 돌아야 한다. 뒤처진 팀으로서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반환점을 돌며 미르스키 팀의 요트 꼬리와 시안 팀의 요트 머리가 닿을 듯했다. 크루들은 스키퍼의 지시에 따라 보트 양 옆을 3초에 한 번꼴로 오가며 돛의 방향을 바꿨다. 요트는 거의 45도 각도로 기울어지기도 했다. 방향 전환을 지시하는 양 팀 스키퍼의 외침과 돛의 방향을 알리는 크루들의 외침, 양 요트가 주고받는 ‘장풍’이 뒤섞였다. 양보 없는 해전(海戰)은 결승선까지 계속됐고 결국 기자가 탄 요트가 요트 반 개 거리 차로 승리했다. 스키퍼는 기자를 향해 웃어보였다. 바람이 심하지 않은 날은 가벼운 팀이 유리하다. 요트 탑승 전 몸무게를 쟀을 때 기자는 도야 회장보다 1kg이 가벼웠다.

7일까지 계속되는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는 월드매치레이싱투어(WMRT) 중 하나로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개최됐다. 12개팀이 한 번씩 맞붙는 풀 리그 예선에 이어 8강 토너먼트 형식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올림픽을 3연패한 벤 앤슬리 팀(영국), 지난해 WMRT 랭킹 1위 이언 윌리엄스 팀(영국)이 우승 후보다. 한국은 박병기 팀이 출전했지만 4일까지 11전 전패를 당해 세계와의 격차를 실감케 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요트 용어설명

○ WMRT World Match Racing Tour의 약자. 국제요트연맹(ISAF)이 공인한 월드챔피언십 요트 대회로 10개국을 돌며 열린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쿠알라트렝가누에서 열리는 몬순컵과 코리아매치컵 2개가 있다.

○ 매치레이싱 두 대의 요트가 시작 라인에서 함께 출발하는 요트 경기. 3, 4년 주기로 열리는 아메리카스컵이 가장 권위가 높으며 WMRT가 두 번째로 유명하다.

○ 스키퍼 요트의 선장. 요트의 방향은 물론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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