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 부상선수가 속출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5일 잠실 롯데전에서 이원석(23)이 7회 이성열의 중전안타 때 2루에서 홈으로 들어오다 롯데 포수 강민호와 충돌해 쓰러졌다. 슬라이딩을 하며 홈으로 파고든 이원석은 헬멧이 벗겨진 상태에서 블로킹하던 강민호의 무릎보호대에 왼쪽 머리를 부딪쳤고,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그라운드로 들어온 구급차에 실려 급히 서울의료원으로 후송된 그는 이동 도중 정신을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광주 KIA전에서 수비 도중 같은 팀 김재호와 충돌해 턱관절 골절을 당한 이종욱에 이어 5일 이원석마저 부상을 당하면서 두산 코칭스태프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특히 이원석의 부상은 4월26일 잠실 두산전에서 포수 최승환과 부딪치면서 지금까지 후유증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한화 김태균의 사고를 연상시켰다.
부상 선수 때문에 걱정이 많은 건 비단 두산뿐 아니다. 올 시즌 ‘릴레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각 팀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잇따르고 있다. 개막 직후 펜스에 부딪치며 복사뼈가 골절된 KIA 이용규를 시작으로 한화 김태균, LG 김정민, 롯데 조성환, 두산 고영민, 이종욱 등 주전선수들이 줄줄이 병원으로 실려 나갔다.
김경문 감독은 최근 큰 부상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베이징올림픽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한국 야구의 저력을 보여주면서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선수들 역시 허슬플레이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몸을 던지고 있다. 특히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접전이 연일 펼쳐지고 있고 어느 때보다 순위권 경쟁도 치열하다보니 부상의 위험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잘 하다가 부상을 당했는데 뭐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일단 선수는 안 다치는 게 장기적으로 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아마 (이)종욱이의 선수생명이 끝났다면 감독직을 할 맛이 안 났을 것”이라고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잠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